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7.03 16:34 수정 : 2019.07.03 19:17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해소,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동맹 총파업 노동자대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해소,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동맹 총파업 노동자대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저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학교 비정규직 직원입니다. 오늘부터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파업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파업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파업을 했다가는 고용이 불안정한 저로서는 학교의 교장과 교육청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학교에 급사나 사환이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야간대학,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는 젊은 학생들이 학교의 잡일을 도맡아 하였습니다. 그 급사·사환의 개념이 지금까지 이어져 파업이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면 ‘학교 급사 주제에 큰 대우를 바란다’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학교 비정규직은 직장과 직업의 개념도 가질수 없을 정도의 천박한 대우를 받으면서 신분과 고용이 보장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민주진보정권하에 많은 차별이 해소됐고 일정 부분 신분이 보장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학교 비정규직이 노조를 결성할 수 있게 됐고 그동안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차별이 해소됐습니다. 지금껏 학교 교장이 알음알음 채용하던 급사의 수준을 벗어나 교육청 공개채용을 통해 ‘교육감 직고용제’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년 단기계약이 무기계약으로 전환이 됐지만, 아직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하며 신분과 고용이 불안한 것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과거 살림에 조금 보탠다며 젊은 여성들이 학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것과는 달리, 외환위기를 거치며 학교 비정규직에는 남녀 불문하고 많은 가장이 평생직장의 꿈을 갖고 유입됐습니다. 최근에는 매년 2차례씩 교육청 공채를 통해 30 대 1, 4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학교 비정규직으로 채용됩니다.

이에 따라 학교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단순히 급사나 밥해주는 아줌마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처우를 해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봄방학,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는 월급이 없습니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그때는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 가장들은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 햄버거 배달, 택배기사, 공사장 막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저희들은 공무원을 시켜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해달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인간답게 살고, 먹고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현재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 월급 실수령액은 150만원 정도 됩니다.) 시험을 보고 들어오라고요? 이 나라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신분과 고용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나라입니까. 시험에 탈락한 사람이나 시험을 치르지 않은 국민은 영원히 차별받고 2류, 3류 국민으로 살아야 합니까.

그래도 시험을 보라고 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 시험을 치르게 해주십시오. 앞으로는 비정규직으로 뽑지 말고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뽑아달라는 것입니다. 2류, 3류 국민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정당한 투쟁이 왜 욕을 먹고, 비난을 듣고, 비웃음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황당한 건 학교 비정규직의 정당한 요구를 가장 비난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바로 평등을 가르치고 차별은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할 교사와 공무원노조라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학교 비정규직의 처절한 절규를 가장 반대하고 짓밟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왜인 줄 아십니까? ‘당신들이 뭔데 학교 내에서 우리와 같아지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기득권과 특권의식·차별의식이 너무나 팽배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부터 누구는 정규직,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구분하고 차별과 냉대를 배워서는 안 됩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한 교육공무직원 초등학교 비정규직·전산실무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