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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5 16:34 수정 : 2019.06.05 19:08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담긴 법안이 국회의 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올라오면서 경찰권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세졌다. 그중 단연 압권은 경찰에게 ‘1차적 수사 종결권’을 주면 과거 국가정보원의 댓글조작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최근 버닝썬 사건 등이 모두 묻혔을 것이고, 경찰국가·경찰공화국·경찰사법으로 갈 수 있으며 그 폐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권’ 오·남용 우려를 선동적이고 자극적으로 나타낸 것이나, 말 그대로 경찰의 수사 종결권은 ‘1차적’인 것이고 이후 사건 관계인의 이의신청과 검사의 꼼꼼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기우다. 특히 그 표현이 지나치거나 부적절하다. 경찰국가는 17~18세기 절대군주 국가를 말하지만 20세기의 제국주의 국가나 공산독재 국가를 가리키기도 하는데, 그 특징은 경찰권이 국가의 전면에 등장하여 시민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데 있다. 경찰이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갖는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경찰국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 삼성은 대한민국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정치권과 결탁하면 그 힘은 더 세진다. 그래서 검찰공화국,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있는 것이다. 경찰이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가지면 경찰공화국이 탄생할까. 불가능하다. 경찰은 검찰의 통제와 견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경찰청의 수사조직이 국가수사본부로 개편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되면 더욱 그렇다.

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권’은 일종의 경찰사법이다. 검찰사법인 검사의 불기소처분권과 유사하다. 경찰사법, 검찰사법은 법원이 해야 하는 일을 경찰, 검찰이 한다는 뜻이다. 경찰사법, 검찰사법은 불가피하다. 사건을 모두 법원이 최종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건의 반 이상이 검찰사법인데, 경찰사법은 문제이고 검찰사법은 문제가 아닌가.

경찰사법이 시민에게 해를 끼친다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권’은 시민에게도 의미가 있다.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신체 접촉은 모두 폭행이나 추행이 될 수 있고, 기분 나쁜 말은 모두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과잉범죄화 시대에 악의적인 고소·고발을 당한 사람들이 검찰로 송치되지 않고 경찰 단계에서 처벌의 위험과 절차적 고통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촉법소년이 그 혐의가 명확하지 않을지라도 소년법정에서 무조건 겪어야 하는 고통도 같은 맥락에 있다. 소년법은 경찰의 소년법원 송치의무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닝썬 사건 수사가 경찰의 유착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졸속·부실이라고 비판하며, 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권’은 위험하다고 한다. 경찰이 버닝썬 사건 수사를 제대로 안 한 것인지 못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경찰이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가지면 오히려 사건 관계인과 검사를 의식해서 책임수사를 할 수 있다. 또한 현행법에 따르면 엄밀히 말해 수사책임자는 검찰이고 검찰이 수사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도 분명히 있는데, 사실은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정승환 고려대 교수·형사법).

경찰이 ‘1차적 수사 종결권’을 오·남용하여 축소·은폐·부실수사한 것을 검찰이 밝혀내지 못하면 형사정의 실현과 피해자 보호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시민이 피해를 본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형사 절차의 본질은 범죄혐의자일지라도 인권을 보장하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있고, 축소·은폐·부실·봐주기 수사는 물론 표적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보복수사도 주저하지 않는 검찰은 시민의 기본권을 운운하며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될 경찰의 수사를 걱정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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