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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3 16:03 수정 : 2019.06.03 18:25

최근 부산시의회가 최고임금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번 조례는 부산시 공공기관 임원 연봉을 최저임금의 6~7배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지역과 정부의 관심도 높다. 여러 시·도에서도 비슷한 조례가 준비되고 있고, 행정안전부는 법 개정까지 고려하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1억6천만원이고, 가장 높다는 한국투자공사와 금융 관련 기관장들의 연봉은 4억원대라고 한다. 최저임금의 20배 수준인 것이다. 해당 기관들은 방만 경영, 부채 증가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임원 연봉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와대 인사 및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10명 중 7명, 국회의원은 10명 중 8명의 재산이 늘었다고 한다. 경기는 어렵고 서민 삶은 팍팍한 상황에도 고위공직자 대부분은 재산을 불린 것이다. 수백억대 자산을 가진 국회의원 재산 상위 10명 중 7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저임금 깎고 주휴수당까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차지했다.

고위공직자들에게도 최고임금 제도가 필요하다. 이미 부자인 상황에 부동산이 알아서 재산을 불려주는 공직자에게도 고액의 연봉을 줘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때만 되면 일은 팽개치고 막말이나 일삼는 국회의원들이 천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아 간다는 사실은 정서적 거부감마저 든다. 고위공직자들의 임금을 서민 소득에 비례해 결정하자는 최고임금제 주장은 이미 국회에서 여러 차례 나왔다. 최재성 의원은 4년 전 고위공직자 연봉을 가구 중위소득 1.5배로 제한하는 법을 발의한 바 있고, 심상정 의원도 ‘살찐 고양이법’을 내놨다.

최고임금제는 민간까지 확대돼야 한다. 민간의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으로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다. 대기업 오너들은 기업가치가 폭락해도, 감옥에 다녀와도, 그저 숨만 쉬어도 수백억원을 받아간다. 지난해 연봉 1위에 오른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456억원, 최저임금의 2474배를 받았다. 최근 알 수 없는 공식으로 한국 최저임금이 세계 최고로 높으며,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경제를 망친다고 비난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해 연봉 78억여원, 경총 손경식 회장은 89억여원을 받았다. 각각 최저임금의 420배, 480배에 육박하는 액수다.

이제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최고임금위원회도 만들자. 매년 협상으로 ‘임금 최하선’을 정하듯 ‘임금 최고선’도 정하자. 이를 통해 우리 사회 격차를 조금씩 낮춰가자. 불평등은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집단에 대한 책임감을 떨어뜨리고, 소위 ‘을’끼리의 경쟁을 부추긴다. 높은 사회적 스트레스는 범죄율도 높인다. 이런 상황에선 당연히 경제 활력도 기대할 수 없다.

내년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됐다. 이번부터는 얼마를 주면 노동자가 먹고살 수 있는가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회의 부를 보다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가를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최저임금 본래의 취지이며, 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전제이다. 최고임금은 무한히 올라도 되고 최저임금은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은 공동체가 퇴출해야 한다. 우리는 근로소득 상위 1%를 기준으로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을 1:10으로 정할 것과, 공공부문의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을 1:5로 정할 것을 제안한다.

구교현
1:10운동본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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