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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9 16:53 수정 : 2019.05.30 14:03

이광국
효성고 교사·전교조 조합원

올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다. 민족·민주·인간화의 참된 교육을 내걸며 80년대 독재적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촌지 거부, 입시경쟁교육 해소 등을 실현하고자 탄생한 전교조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합법의 테두리 안에 놓여 있지 못하다.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합법화가 된 이래,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사법부의 ‘재판 거래’가 드러나면서 전교조가 왜 법외노조가 되었는지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일부 비리 사학의 학내 민주화 과정에서 억울하게 해고된 이 등 전교조 소속 교사 9명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지 않으면 법외노조 통보를 하겠다고 하고 결국 실행에 옮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원죄 역시 되짚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견제와 균형의 3권 분립은 고사하더라도 행정부와 사법부가 저지른 이 교육적폐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다. 입법, 사법, 행정 3권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면, 이미 전세계 147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제87호 협약’에 따라 국회가 법 개정을 하거나,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법외노조 취소 3심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판결을 내리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당시의 ‘사법농단’으로 인한 관련 판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재판부는 전교조를 원래의 합법 상태로 돌려놓는 것을 수년째 주저하고 있다. 또 국회에다가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주기를 기대하기에는 막말, 정쟁 등으로 일그러진 그곳의 모습부터 먼저 정상화되기를 바라야 하는 처지다. 그러다 보니 촛불 민심을 통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교조 합법화에 대한 후보 시절의 약속을 바탕으로 그가 수장으로 있는 현 정부에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상황이 되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6년에 이를 해결해 보려고 나섰다가 현재 해직 상태인 교사 또한 30명이 넘는다. 그 와중에 정권은 바뀌고 새 정부 임기 첫해에 당연히 합법화가 될 줄 알았던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령 노동조합의 핵심인 단체협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학생 복지, 입시교육 완화, 민주적 학교문화 구축 등 학생들 삶의 행복과 관련된 조항이 많다. 문제는 합법이 아닌 전교조의 현 상황 탓에 이 단체협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일부 주장들로 인해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외노조라 하더라도 헌법에서는 노동조합의 권리 보장을 명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법외노조와 합법노조의 위상이 같을 수는 없다.

이를 해결해야 할 책무와 역량을 가진 곳이 현재로서는 행정부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전임 대통령들의 과오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전교조에 대해 ‘노조 아님 통보’를 자행했던 기관이 행정부였던 만큼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이를 풀어야 한다. 최근 당선된 여당의 신임 원내대표는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행정부가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한 바 있다.

올해는 국제노동기구 창립 100주년이기도 하다. 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 그리고 최근 여론조사에서의 전교조 재합법화 찬성 여론(52.9%, 5/14~15, 리얼미터)도 여론이지만, 노동 관련 국내법이 실정법적 효력을 갖는 국제노동기구의 국제협약과 충돌되지 않도록 정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전교조의 합법화는 꼭 필요하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학교 현장에서 오롯이 학생들만 바라보며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의 현명하고도 당연한 조치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은 곧 질곡의 대한민국 교육사를 정의롭게 이어갈 수 있게 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배움을 위한 뜻깊은 행정적 지원이 될 것이다. 적폐 청산도, 개혁도 때가 있다. 만시지탄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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