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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9 16:52 수정 : 2019.05.30 09:21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2022년부터 질병으로 분류할 방침이어서 정부도 게임중독에 대한 보건 통계 작성, 그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의 국내 도입에 반대한다면서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정책협의체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문체부가 국내 관련업계가 게임중독이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그 법적 조처를 막겠다고 나선 것에 동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 내 협의조차 불참한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비디오 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함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등 스크린 미디어를 통해 즐기는 대중오락이 되면서 그 이용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비디오·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면서 게임중독 우려가 나오다가 그 피해 명칭이 공식적으로 게임장애(Gaming disorder)로 불리고 있다. 게임장애는 도박중독과 함께 ‘중독 행동에 따른 장애’ 범주에 포함돼 있으며 증상으로는 게임 시간 조절 불가, 게임과 다른 활동의 우선순위 지정 장애,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 무시 등이 지적된다. 이로 인해 어린이나 청소년 피해가 큰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소아과학회가 1998년부터 권장하는 어린이의 스크린 노출 시간 기준을 보면, 만 2살 이하는 티브이 등 모든 전자 미디어를 이용하면 안 되고 만 2~5살은 하루 2시간 이상은 건강을 해칠 수 있어 부모가 통제해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태블릿 등을 학습용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전자기기를 하루 2시간 이내로 이용하는 어린이의 경우 대부분 오락 사이트나 게임에 시간을 보내고 있어 교육과는 관련이 없는 실정이다. 어린이가 과도하게 스크린 미디어를 사용할 경우 비만 유발, 수면 장애 등의 피해와 함께 정상적인 발육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줄지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스크린 미디어의 정신적인 자극과 반응에서는 물리·화학 분야에서와 같이 딱 부러지게 인과관계가 가려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학계에서 나온 자료도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중독 조처에 반대하거나 비디오 게임이 유익하다는 연구결과 등이 다수 제시돼 있다.

이런 논란이 장기화된 원인의 하나는 각종 미디어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주로 구미의 소아과 의사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나 정작 미디어학계에서는 그런 연구결과를 적극 수용하지 않고 있고 정부당국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온 탓이 크다. 이런 현실이 방치된 것은 티브이나 스마트폰 제조업계, 게임산업계 등에 대한 눈치 보기가 심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돼야 한다.

유사한 논란이 있었던 사례의 하나가 담배 유·무해론이었다. 이를 놓고 수십년간 논란이 벌어졌지만 결국 담배가 유해하다는 것이 공인되면서 담배 광고에도 흡연 위험의 경고가 포함되는 현실이 되었다. 누가 연구기금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연구결과가 좌우되어왔다는 것은 공인된 학계 부조리의 하나다.

향후 정부가 세계보건기구의 게임중독 결정에 따른 조처를 취할 때 관련 부처의 참여는 물론 스크린 미디어 이용과 관련된 주요 분야, 예를 들면 게임·방송업계, 스마트폰 제조사 등을 포함시켜 사회적 공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들 분야가 수익 창출 과정에서 나타난 어린이, 청소년 등의 피해에 대한 치료, 예방에 필요한 대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시스템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1인 1대꼴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실정은 스크린 미디어로 어린이 등이 입는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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