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0 16:47
수정 : 2019.05.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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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인 27일 시민들이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 개방 첫날 현장을 찾아 길을 걷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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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고, 역사는 평범한 사람, 즉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문명이 발전하고 세대가 달라지고 사회·문화적 다양성이 커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가 더 중요해졌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인 화해와 협력, 공존과 공영이 어디 남북관계에만 해당되겠는가? 나부터, 우리 주위부터 통일과 화합의 연습을 시작해보자. 학교에서 직장에서 개인적인 모임에서, 서로 어울리며 이해하고 화해하고 협력하는 ‘지금 여기서 통일’을 시작할 때다.
20일부터 ‘제7회 통일교육주간’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해마다 5월 넷째 주를 ‘통일교육주간’으로 정하여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일반 국민들이 평화와 통일을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통일 전문가이지만, 이 기간에 좀 더 집중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자는 취지다. 이번주 내내 주요 대학과 초·중·고교, 마로니에공원과 지역 통일관, 임진각 등 전국 곳곳에서 통일에 대한 다양한 체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평화와 통일이 ‘나랑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매일매일 숨쉬는 공기처럼 평화는 의식하지 못할 뿐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군사분야 합의로 남북 접경지역에서부터 ‘평화가 경제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고성에서 ‘DMZ 평화의 길’이 개방되었고 앞으로 철원과 파주에서 평화의 길이 자리를 잡으면 새로운 평화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변하면 배후도시를 포함하는 ‘넓은 접경’은 ‘평화경제지대’로 변할 수 있다. 나아가 남북간 화해협력이 정착되고 남과 북이 서로 오가는 사실상의 평화와 통일이 제도화되면 평화경제협력 분야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평화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얼마든지 일상의 삶을 바꿀 수 있다.
통일은 남북의 제도적 통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시작할 수 있다. 통일은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관용과 어울림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고, 우리 안의 다문화를 수용하고 세대간, 지역간 더불어 사는 일이 일상의 통일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분단되어 있는가? 상대의 의견을 듣고 공통점을 찾으며 점차적으로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통일이라면, 통일은 아주 가까이 존재한다. 우리가 일상의 ‘작은 통일’을 실천해 나가면 ‘큰 통일’도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정부의 통일교육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일방적 교육이 아니라, 통일미래 세대가 일상의 삶에서 평화의 감수성을 기르고 합의를 모으는 체험을 중시한다. 민주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 연습을 제공하려고 한다. 모범적인 평화국가들은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갈등 해결의 능력을 길러준다. 이해와 관용이 폭력을 예방하고 평화의 문화를 낳는다는 경험적 지식 때문이다. 우리 안의 평화와 통일 연습은 가장 중요한 통일대비이다.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안의 생각의 차이가 적지 않다. 다양한 목소리를 소음이 아니라 화음으로 조율해야 한다. 그래서 통일교육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 일방적 강요가 아니라 대화로 합의를 모으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꾸준히 일상의 삶에서 수많은 관계들을 바꾸는 노력을 시작할 때다. 이 과정에서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능동적 자세가 중요하다. 마틴 루서 킹의 말처럼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고, 사랑만이 증오를 이길 수 있다. 통일교육 주간에 참여해서 ‘지금 여기서 통일’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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