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3 16:38
수정 : 2019.05.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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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이 제출한 통학로의 모습 1.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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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돌리는 곳마다 꽃이 화사하게 핀 봄이 여물어 어느덧 5월이 되었다. 이맘때가 되면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와 같이 ‘어린이’가 주인공인 달, 5월이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설레고 사랑받아 마땅한 시기이지만, 이 시기에도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그 이면의 이름은 바로 ‘어린이 교통사고 최다 발생월’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중앙대학교 도시디자인 연구실과 함께 통학로 안전환경 조성을 위한 연구사업을 벌이고 이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연구를 진행한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이수일 박사는 “5월은 통학로에 익숙하지 못해 긴장했던 아동들의 긴장이 점점 풀어지고, 날씨가 좋아 아동의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시기로 교통사고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5월 통학로 교통안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 교통사고 중 일반 도로가 아닌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도 여전히 교통사고가 나고, 그중 4~6월, 오후 2~6시 하교시간에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었다. 또한 서울과 경기도 지역 60개 초등학교 재학생에게 설문조사를 벌여 실제 통학거리를 측정한 결과 아이들의 실제 통학거리는 평균 535m로 나타났고, 1㎞ 이상 통학하는 아이들의 비율도 약 8.9%에 이르렀다. 이는 학교를 중심으로 통상 300m로 책정되는 어린이 보호구역 범위를 3배 이상 초과하는 거리로, 아이들은 어느 곳보다도 보호받고 걱정 없이 이용해야 할 학교 주변 공간에서조차 안전하지 못하며 보호의 대상이 아닌 도로 또한 매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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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이 제출한 통학로의 모습 2.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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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행정안전부는 각 지역의 교육청, 학교들과 연계하여 학교 부지를 활용한 통학로 확보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전국의 경찰청과 학교에서는 해마다 교통안전 캠페인에 힘쓰고 있다. 더 안전한 시설물, 더 안전한 도로, 더 안전한 학교를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 부응하듯이 2018년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아동의 사망사고는 200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인 3건을 기록했다. 혹자는 이 수치를 괄목할 만한 성과라 판단할 수 있으나, 한 아이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모든 아이를 지키지 못하는 것과 같은 무게이기에 오직 사고율 ‘제로’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한 아동의 삶에 있어 안전은 보호받지 못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의 특성상 가해자는 대다수가 성인에 국한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도로 위에서의 아동은 성인이라는 도로의 강자 앞에서 철저히 약자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아이들은 매일 이용하는 통학로에서 참가는 ‘필수’, 신체적 능력치는 ‘성인 이하’, 최대의 공격법은 ‘내가 잘 알아서 피하기’뿐인 생존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두 아동이었다. 아동이라는 묘목이 스스로를 온전히 설 수 있는 나무가 될 때까지 지지대가 되어주는 것은 결국 사회의 몫이다. 이것은 더 나은 존재가 그렇지 못한 존재에게 베푸는 아량이 아니다. 이것은 동등한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아동이라는 이름의 타인을 존중하는 행위여야 한다. ‘국가는 아동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내용처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아동을 권리주체자로서 존중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
최예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아동옹호센터 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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