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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1 17:48 수정 : 2019.05.02 14:10

김문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정신질환과 관련한 범죄사건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사회의 대응을 지켜보며 우리는 지난 20여년 동안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건을 접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위험하며, 이들은 자발적인 치료에 대해 결정 능력이나 치료 동기가 전무한 것처럼 인식한다. 그러므로 가족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통한 비자발적 입원이 범죄 예방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결론을 직관적으로 도출해낸다. 정신질환의 치료 및 재활이 아니라 위험성으로부터 사회 치안 유지가 최우선 관심사가 된다. 그래서 정신질환과 관련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위험성 높은 정신질환자를 선별하고 감시하고 강제치료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다. 하지만 치료체계에 들어왔던 정신질환자들이 왜 치료를 중단하는지, 정신과적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왜 우리 사회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균형 잡힌 성찰은 부족하다.

첫째, 모든 범죄와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자와 관련한 범죄도 특정한 상황에 의해 발생한 사건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정신질환이 범죄를 유발한 원인인 양 규정하지만 많은 연구들은 치료 중단, 환경적 스트레스, 약물 및 알코올 남용, 과거의 범죄 성향이나 폭력성이 결합된 경우에 한정해 이런 범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정신건강복지체계 내에서 치료와 재활 및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정신장애인들은 폭력적이거나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와 여론의 무감각한 낙인 및 차별은 치료와 재활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극도의 소외감, 사회적 자아의 불명예를 체험하게 한다. 그 결과 치료 및 재활이 필요한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의 뒤켠으로 숨어들게 된다.

둘째, 우리나라 정신질환 치료는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가?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비자발적 강제입원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법령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영향으로 비자발적 입원 비율은 높았고, 입원 기간은 2016년 기준 평균 145.7일로, 영국(37.7일)과 멕시코(29.9일), 독일(25.1일), 프랑스(22.7일), 스웨덴(16.1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에 견줘 입원 장기화가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비자발적 입원을 유일한 대안처럼 강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정신장애인 재활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남은 정신재활시설이 4곳밖에 없어, 전국에서 정신재활서비스 이용이 가장 어려운 곳이다.

셋째, 정신건강복지법은 자해 및 타해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 환자 본인의 동의 없는 입원 절차를 보장한다. 그러므로 언론을 통해 정신의료전문가들이 호소하는 비자발적 입원이 어렵다는 주장은 법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법 시행과 관련이 있을 뿐이다. 이토록 중요한 법령에 대해 보호자, 정신건강의료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관련 공무원 및 단체장,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가, 일반 시민 등의 이해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법령의 절차에 따라 조건을 준수한다면 정신의료기관 및 의료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및 자치단체장, 경찰 및 소방관 등이 법적 책임을 우려할 만한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미 2016년과 2018년 두차례에 걸쳐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대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발행하여 관계자들의 법 제도 이해를 돕고 적절한 대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법령의 절차를 집행하는 데 따른 법적 책임 및 처벌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신의학계 및 정신건강복지 분야 종사자들이 법령을 잘 이해하고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를 적절히 숙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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