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9 17:41
수정 : 2019.09.23 08:37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 장기 저성장 및 주거환경 악화로 도시 기능이 쇠퇴하는 문제에 대응하여 시민들의 주거복지와 삶의 질을 개선하고 향후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는 혁신사업이다. 재원은 연평균 정부공공자금 2조원, 주택도시기금 5조원, 공기업 참여를 통한 3조원 등 한해 10조원 규모로 전국에서 100여곳을 선정한다.
이런 도시개발 정책이 어려운 것은 사업의 본질에 ‘개발이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상의 재건축사업은 조합(토지 및 건물주)이 사업시행자가 된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는 개발이익을 반영하여 정책이 설계됐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현실적 어려움은 저성장의 장기화와 저출산 및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중대형 주택 수요 감소, 용적률에 따른 개발이익 제약과 유인동기의 상실 등으로 정책 실행의 동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의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 즉 공간의 영역과 공동체의 영역이 민감하기 때문인데, 전자는 짧은 기간 물리적인 목표가 명확하다면 후자는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전자는 행정과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주민들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강조한다는 점, 후자는 공간을 토목사업으로 비판할 수 있지만 모든 물리적 수단을 일괄 비판하기보다는 경계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 사업 과제로 함께 놓여 있다.
이에 도시를 어떻게 바꾸는 것이 재생의 본질인지 묻는 질문에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 도시라는 공간을 다루는 요소를 배치하고 지역 주도 프레임에 부처별 프로그램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현장을 깊이 보지 못한 것이다. 즉 도시재생의 공간에는 ‘함께 사는 마을’이라는 구체적 장소성의 문제가 있고 ‘삶의 시간성’이 그 속에 함께 놓여 있다. 이렇듯 시간과 공간의 개발을 통해 ‘재산적’ 가치를 다투는 일과 그 가치에서 ‘소외’ 혹은 ‘내몰림’ 되는 일이므로 비재산적인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사업이다.
국내 도시개발 정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쟁 뒤 황폐화된 서울은 빠른 시간 안에 도시 기능의 회복이 필요했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산업화 과정에서 특히 토건 중심의 국가적 경험은 70년대 개발시대를 관통하며 자연자원을 계속해서 훼손하며 성장한 경험이자, 판자촌 해체와 재개발 정책을 전개하며 공동체 문화를 크게 왜곡한 집단주의적 경험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80년대 철거민에 대한 폭력적 강제와 인권유린 이후 2000년대의 ‘용산4구역’으로 이어지는 그 참사는, 이명박 정부가 장밋빛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뉴타운’ 사업과 마주하는 도시개발 정책의 민낯이었다.
이제 도시재생 정책은 어떤 경험을 쌓아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문제의식을 갖고 함께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근본이 되는 ‘개발이익’이 공동체에 순환될 수 있는 트랙을 만들고 그 형태를 ‘제도적 방식’과 ‘생태적 방식’으로 구분하여 전자는 행정과 전문가 주도로, 후자는 공동체 주도로 지역에 순환시켜 보자. 예컨대 에너지 순환의 재생, 공동체 관계의 재생, 이익기여의 재생 등이 함께하면 어떨까. 첫째로 공간을 다룰 때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태양이나 빗물을 재사용하거나 바람을 활용하는 생태적 건축을 적용하고, 둘째로 공동체를 다룰 때 공동육아나 놀이터, 먹거리에 관심 많은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 노령 세대를 구분해 공동체 관계의 문제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는 물론이고 다양한 이들이 활용하도록 하는 재생도 고려하자. 이렇듯 “주체적이면서도 삶을 회복시키는” 의미에서의 재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석
전북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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