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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7 17:54 수정 : 2019.04.17 19:11

이문수
서울 남산초등학교 교장

우리나라 교육에서 입신양명은 하나의 전통처럼 굳어져 있다. 조선왕조를 거치며 유교 경전을 달달 외워 과거에 급제하고, 관료가 되어 출세하는 것이 효도라는 강박이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박혀 있는 듯하다. 이것이 오늘에 이르러서 입신양명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 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영·수 중심으로 사교육도 받아야 하고, 각종 시험에서 최상위권에 들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교육은 입신양명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 체제로 변하고 말았다. 학교는 성적이 우수한 소수의 학생을 위주로 존재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들러리가 되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대입제도 개선이다. 국가적으로 공론화 논의도 여러번 거쳤지만, 현재로선 답이 없는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언제 결론이 날지도 모르기에 현재 교육부, 교육청, 학교 수준에서 변혁이 가능한 부분만 언급하여보고자 한다.

첫째,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대강화하고 교육청과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 체제다. 국가에서 모든 초·중·고 학교급별 교육과정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결정의 수준이 매우 상세하다. 교과목 수는 몇개로 할지, 어떤 학교급에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몇시간을 가르쳐야 하는지, 어떤 내용이 필수이고 선택인지, 교과서는 국정도서를 사용할지, 검정도서 또는 인정도서를 사용할지 등등이 빽빽하게 규정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교육과정이 법령이나 교육부 훈령도 아닌 최하위 고시 문서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 고시 문서가 헌법이나 다름없이 모든 학교에 적용되고 있다. 이 헌법 같은 고시 문서를 어기면 징계가 따르기에 학교는 교육부가 정한 고시 문서대로 교육을 해야만 한다.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취지에 맞게 초·중등 학교급별 교육과정의 성격, 방향 및 최소 지침 정도만 제시하고, 그 나머지 권한은 교육청이나 학교에 이관해야 한다. 교육청과 학교는 대강화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지역 특성이나, 학교급별 학생의 수준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교육활동을 펼치면 되는 것이다.

둘째, 성적 위주 교육에서 배움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업이 우수한 학생만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의 존엄과 개성이 보장되는 교육이 자리 잡아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익히며,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고, 삶을 가꾸는 배움 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또한 배움의 기회에 있어서 모든 학생이 평등해야 한다. 가정이 어렵고, 학습동기가 낮고, 무기력에 빠진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배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요구도 적극 수용하여 학교 밖 교육 체제나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셋째, 교육전문가로서 교사가 본연의 업무인 교육과정, 수업, 평가, 상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수업준비보다는 행정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학교에서 다루는 공문이 연간 약 1만건에 이른다. 이 밖에도 교육혁신의 기반인 학교 운영의 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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