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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8 18:17 수정 : 2019.04.08 18:55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발생 등 해마다 악화되는 수질 오염에는 백약이 무효한 듯하다.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녹조 강물이 쏟아지고 있다. 창녕/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발표의 근거가 된 보 해체 여부에 대한 경제성 분석이 조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경제성 분석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비판일 뿐 정당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경제성 분석은 어떤 사업을 벌일 경우 사회 전체에 발생하는 비용과 혜택을 금전적 가치로 평가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해마다 도로와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최대한 확충하려고 하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때 경제성 분석은 유용한 정보가 되고, 지난 20년간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통해 활용돼왔다. 예를 들면,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1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한 결과, 14개 사업의 경우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값) 1이 넘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했으며, 그와 함께 정책적 분석을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16개 사업을 추진함이 적절하다고 권고했다. 여기에서 관건은 모든 사업의 경제성을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여부다.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한 경제성 분석은 예비타당성조사 지침을 준용했다. 결과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비판은 성립하지 않는다.

혹자는 보 해체 여부 결정을 왜 이렇게 서두르냐고 지적한다. 해당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조직돼 약 석달에 걸쳐 연구를 수행했다. 특정 국가재정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6~8개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석달이 짧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성 분석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43명의 전문위원이 40여차례에 걸친 회의를 열면서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2017년 6월부터 진행한 보 개방 관측 작업까지 고려하면, 투입인력이나 내용에 있어 예비타당성조사로는 역대 초대형급이다.

또 하나의 상식적인 질문은 수질 개선을 위해 보의 수문을 상시적으로 개방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보를 해체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보의 상시 개방이 해체와 동일한 효과를 낸다면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보는 수문뿐 아니라 수문을 지탱하기 위한 기둥과 고정보, 물이 방류될 때 엄청난 수압을 견디기 위한 물받이공 등 다양한 수중구조물로 구성돼 있어, 수문의 상시 개방은 해체에 견줘 물의 흐름 면에서 효과가 작다. 따라서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서는 1단계로 물 흐름의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보 해체의 타당성을 판단하고, 만약 보 유지가 타당한 경우 2단계로 수문 개방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 의사결정 방식으로 보인다.

좀 더 전문적인 질문 중 하나는 수질 지표가 적절하게 선정됐는지 여부다. 경제성 분석의 핵심은 현 상황과 보 해체 시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실적 방안으로 보 설치 이전 상황이 해체 시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가정을 했다. 문제는 4대강사업으로 보 설치뿐 아니라 4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의 수질 개선 사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부 수질 지표는 4대강사업 이후 향상됐다. 엄밀한 경제성 분석을 위해서는 보 설치 이외의 다른 사업이나 환경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강물의 체류시간이 긴 보에서는 조류 호흡 등의 영향으로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워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이 더 적절한 지표라고 감사원이 2013년에 지적한 바 있다.

경제성 분석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도구의 하나일 뿐이다.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정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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