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8 18:07
수정 : 2019.04.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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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숙사 신축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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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때 주택청약이나 할걸….” 내 집 마련은 아직 먼 이야기인 대학 졸업반의 한숨 섞인 한탄이다. 주택청약은 본인이 세대주인 경우 만 19살 미만이어도 가입 가능하며, 만 19살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만 19살 미만 때는 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지금 사는 집이 내 집이겠거니 싶어 여유를 부렸다. 만 19살을 넘긴 뒤 하루라도 빨리 가입을 안 한 건 순전히 나의 잘못이다.
갑자기 이런 후회가 스친 이유는 월세 때문이다. 그동안 월세로 나간 돈을 세어보니 주택청약에 돈을 부었다면 10년도 더 부었을 금액이다. 정말 그랬다면 나중엔 이렇게 월세를 전전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는 걸까. 대학에 입학할 때는 자취방에 대한 로망을 품기도 했다. 가구들도 하얗고 모든 것을 내가 꾸미는 나만의 작은 공간. 하지만 현실은 월세와 보증금을 맞추기 위해 전전하는 꼴이다. 그런 로망을 실현하려면 신축 오피스텔 정도는 들어가줘야 한다. 그렇다면 신축 오피스텔은 또 어떤가.
지난달 18일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이 올해 1~2월의 국토교통부 오피스텔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2017년 이후 준공된 신축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은 3.89%로 2017년 이전에 준공된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인 4.35%에 견줘 0.46%포인트 낮았다. 이러한 현실을 접하니 나의 로망마저도 현실을 모르는 투정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난 것일까. 신축보다 구축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이유는 임대인들은 오래된 시설이라 해도 신축에 지지 않는 월세를 부르기 때문이다. 신축 임대인은 더 높은 월세를 책정하려 해도 일정 값 이상으로 높이기에 무리가 있으며 자칫하면 공실이 생겨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행동할 수 없다.
오랜 기간 임대업을 한 사람들이 뭉쳐 있을 때 이런 특징은 더욱 강화된다. 신기하게도 그런 동네에 원룸을 구하러 다니면 가구, 전등이 똑같은 것은 기본이고 화장실 바닥의 체크무늬, 심지어 녹슨 문고리까지 똑같다. 이런 곳에 살지 않으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대학가 주변 원룸은 더욱 심하다. 수익이 없는 대학생들은 부모님의 돈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낸다.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면 들어오는 돈은 40만원 남짓. 월세를 내기에도 역부족이다. 보증금도 없고 원룸 월세의 반값 정도 하는 학교 기숙사는 수용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 지어준다고 해도 학교 주변 임대업자들이 막아선다.
‘그분들도 먹고사셔야 하니까’라고 생각하며 방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전전하던 차에 “그 학생이 기숙사만 안 붙었어도 우리랑 계약하는 거였는데”라는 임대업자의 말이 귀에 꽂힌다. 학교 기숙사는 임대업자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숙사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시설이다. 임대업자들은 자신들 간의 경쟁에 기숙사를 끼워 넣어 성립되지 않은 일방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 임대인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기숙사 신축을 막으려 한 발상이 놀랍다.
이우진
대학생·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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