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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0 18:14 수정 : 2019.03.21 14:11

2017년에 전세금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전세금 35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렸지만 현재까지도 돈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 억울한 상황이다. 당시 나는 부동산 중개비 몇만원을 아끼겠다는 마음에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집을 알아봤다. 사회 초년생의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기꾼들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들은 이른바 ‘전대차 사기’를 계획하고 집을 구하는 청년들에게 접근해왔다. 보통은 집을 구할 때 집주인과 계약을 한다. ‘전대차 사기’는 자신도 집주인에게 빌린 집이면서 주인 행세를 하며 이중계약을 하고 전세금을 가로채는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당시 서울 구로역 부근에 살던 나를 포함해 청년 수십명의 전세금을 가로챈 사건이 벌어졌다. 계약한 집은 고시원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었다. 부동산 서류를 제대로 볼 줄 몰랐던 나는 집주인과 계약을 한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듣고 보니 이런 사건은 다른 지역에서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동산 계약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는 청년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었다. 억울한 사건을 당했지만 어디 가서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싶었지만 의뢰 비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쌌다. 서울 서초동의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2천만원을 부르기도 했다. 돈 없고 연줄 없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구청이나 시청에 가서 도움을 청해도 제대로 된 도움을 주는 곳은 한곳도 없었다. 이에 견줘 사기를 친 이들은 외려 유명 변호사를 고용해 법망을 피해 가는 식이었다. 법원의 판결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민사 판결에 따르면, ‘돈이 생기면 갚으라’는 식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법 위에 돈이 있는 것 같았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도 찾아가서 억울함을 토로하려 했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국회의원들은 너무 바빴다. 냉엄한 현실에 무릎을 꿇었다.

대신 <에스비에스>(SBS) ‘8시 뉴스’에 우리가 당한 사건을 제보했다. 뉴스에 보도가 되면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뉴스를 통해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저런 억울한 사건들은 매일매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주변 지인들은 이야기했다. 우리 사건은 여론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연일 신문 1면 기사를 장식하는 상황에서 내가 겪은 전세금 사기 사건이 주목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몇년이 지났지만 나는 이 사건을 계속해서 알리고 있다.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몇몇 기관들과 접촉할 수 있었고, 다른 억울한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억울하게 전대차 사기를 당한 이들이 비싼 소송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김강민 제주대 통번역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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