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정치학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는 지난 1월부터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라는 표제 아래 일련의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 내용은 충격적이다. 현직 언론인들이 불공정한 편의를 제공받고, 금품이 오간 정황도 포착되었다. 기사가 거래되는 우리 언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기업체들은 광고가 아니라 기사를 구매하고 있었다. 박수환 문자는 언론 부패를 보여준다. 언론 부패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언론이 부패하면 공론장이 오염되며 민주주의는 다수의 독재 혹은 강자의 지배로 전락한다. 보통 언론 자유 확대는 부패를 감소시킨다. 언론 부패는 비민주적인 개발도상국에서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언론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 한국에서 제3세계에서나 볼 법한 언론 부패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소수 언론사가 시장을 과점하는 우리 언론시장 구조와 연관이 있다. 미국의 경우, 한두개 언론사를 포획한다 해도 다른 언론사의 입을 막을 수 없다. 언론사 간 비판도 활발하다. 반면 박수환 문자는 소수 대형 언론사를 장악하면 전체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하나 원인으로, 변화하는 언론 시장 환경을 들 수 있다. 이제 언론사는 구독료와 광고만으로 생존하기 어렵다. 언론사들은 행사 협찬 명목으로 돈을 받거나 기획보도라는 명분 아래 기사 게재에 대가를 받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왔다. 이런 수익모델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사는 부패에 침묵한다. 소수 언론이 시장을 장악하고 기사 거래가 관행화되면 박수환과 같이 대형 언론사에 접근하여 언론 상품 생산 과정에 개입하고 돈을 받는 언론 로비스트가 생겨난다. 제2의 박수환을 막으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특정 언론사의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현재 한국 언론사 중 행사 협찬이나 기획보도에서 완전 자유로운 곳은 찾기 어렵다. 언론 시장의 과점 구조와 기사 거래 관행이 변하지 않는 한 설사 특정 언론사가 없어진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언론과 기업 간 격리를 대안으로 삼기도 어렵다. 언론과 기업 간 원활한 의사소통은 그 자체로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대가성이 개입되는 것이 문제이다. 게다가 언론 부패 예방을 위해 섣불리 정부가 언론-기업 관계에 개입할 경우, 자칫 언론 자유 침해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최우선 과제는 진상 파악이다. 박수환 거래의 주된 대상이었던 언론사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속히 진상조사위를 구성하여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이 독자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다음으로 언론-기업 관계 투명화를 위한 언론의 자율적 노력이 필요하다. <뉴욕 타임스>도 행사 협찬을 받으며, <파이낸셜 타임스>에도 기획보도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금전거래 내역을 비교적 투명히 밝히고 있다. 행사 협찬 내역을 밝히고 기획보도는 특정 기업체 후원 아래 작성된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언론이 언론한테 성역이 되어선 안 된다. 다른 언론사라 해도 부정부패, 기사 조작, 표절, 오보, 광고주 협박 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비판의 칼날을 내려놔선 안 된다. 동종 업계라도 언론의 비판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언론인에게는 의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인 스스로 떳떳해지겠다는 굳은 다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자정 노력을 우선하되, 보충적으로 국회의 역할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국회가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의 주의를 환기하고 언론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언론 부패 예방은 단지 언론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직결된다. 이 점에서 현재 정치권이 ‘박수환 문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 우리 국민이 이 문제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언론의 부패는 여전히 국소적이라는 점이다.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대부분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재에 임하였다고 한다. 언론 부패에 실망하는 한편 실낱같은 희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바로 그 대목에서 우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언론인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왜냐면 |
[왜냐면] 부패한 언론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 장부승 |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정치학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는 지난 1월부터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라는 표제 아래 일련의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 내용은 충격적이다. 현직 언론인들이 불공정한 편의를 제공받고, 금품이 오간 정황도 포착되었다. 기사가 거래되는 우리 언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기업체들은 광고가 아니라 기사를 구매하고 있었다. 박수환 문자는 언론 부패를 보여준다. 언론 부패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언론이 부패하면 공론장이 오염되며 민주주의는 다수의 독재 혹은 강자의 지배로 전락한다. 보통 언론 자유 확대는 부패를 감소시킨다. 언론 부패는 비민주적인 개발도상국에서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언론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 한국에서 제3세계에서나 볼 법한 언론 부패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소수 언론사가 시장을 과점하는 우리 언론시장 구조와 연관이 있다. 미국의 경우, 한두개 언론사를 포획한다 해도 다른 언론사의 입을 막을 수 없다. 언론사 간 비판도 활발하다. 반면 박수환 문자는 소수 대형 언론사를 장악하면 전체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하나 원인으로, 변화하는 언론 시장 환경을 들 수 있다. 이제 언론사는 구독료와 광고만으로 생존하기 어렵다. 언론사들은 행사 협찬 명목으로 돈을 받거나 기획보도라는 명분 아래 기사 게재에 대가를 받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왔다. 이런 수익모델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사는 부패에 침묵한다. 소수 언론이 시장을 장악하고 기사 거래가 관행화되면 박수환과 같이 대형 언론사에 접근하여 언론 상품 생산 과정에 개입하고 돈을 받는 언론 로비스트가 생겨난다. 제2의 박수환을 막으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특정 언론사의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현재 한국 언론사 중 행사 협찬이나 기획보도에서 완전 자유로운 곳은 찾기 어렵다. 언론 시장의 과점 구조와 기사 거래 관행이 변하지 않는 한 설사 특정 언론사가 없어진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언론과 기업 간 격리를 대안으로 삼기도 어렵다. 언론과 기업 간 원활한 의사소통은 그 자체로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대가성이 개입되는 것이 문제이다. 게다가 언론 부패 예방을 위해 섣불리 정부가 언론-기업 관계에 개입할 경우, 자칫 언론 자유 침해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최우선 과제는 진상 파악이다. 박수환 거래의 주된 대상이었던 언론사들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속히 진상조사위를 구성하여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이 독자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다음으로 언론-기업 관계 투명화를 위한 언론의 자율적 노력이 필요하다. <뉴욕 타임스>도 행사 협찬을 받으며, <파이낸셜 타임스>에도 기획보도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금전거래 내역을 비교적 투명히 밝히고 있다. 행사 협찬 내역을 밝히고 기획보도는 특정 기업체 후원 아래 작성된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언론이 언론한테 성역이 되어선 안 된다. 다른 언론사라 해도 부정부패, 기사 조작, 표절, 오보, 광고주 협박 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비판의 칼날을 내려놔선 안 된다. 동종 업계라도 언론의 비판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언론인에게는 의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인 스스로 떳떳해지겠다는 굳은 다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자정 노력을 우선하되, 보충적으로 국회의 역할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국회가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의 주의를 환기하고 언론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언론 부패 예방은 단지 언론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직결된다. 이 점에서 현재 정치권이 ‘박수환 문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깝다. 우리 국민이 이 문제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언론의 부패는 여전히 국소적이라는 점이다.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대부분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재에 임하였다고 한다. 언론 부패에 실망하는 한편 실낱같은 희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바로 그 대목에서 우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언론인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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