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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7 18:01 수정 : 2019.02.27 19:15

김동석
코레일 양평관리역장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노량진~제물포 구간이 개통된 1899년 9월18일, 이 땅에 생전 처음으로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으니 올해로 벌써 120년이 지났다. 6·25전쟁 중에는 군수물자 수송과 목숨을 건 피란행렬이 철도를 통해 이뤄졌고, 1960~70년대 경제개발시대에는 산업발전과 지역사회 개발의 견인차로서 주역을 담당했다. 2004년 케이티엑스(KTX) 개통으로 철도의 신기원을 열었고, 지난해 초 세계인의 스포츠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강릉선 케이티엑스가 ‘세계인의 발’이 되어 대회를 성공리에 마쳤고, 최근에는 한민족의 숙원 사업인 남북철도 복원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상도와 강원도를 잇는 영동선은 첩첩산길 사이로 낙동강 협곡과 백두대간이 장관을 이룬다. 소박하고 호젓한 영동선 현동역은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은 무인역으로 무궁화열차가 오전 오후 왕복 두차례만 운행된다. 이용고객도 열차당 4~5명이 고작이다. 경제논리는 냉정해도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이동수단이 열차밖에 없는 적은 수의 고객도 외면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시대마다 철도에 요청한 과제와 사명은 변했지만, 벽지노선 등 교통 소외지역의 접근성을 포함해 교통약자, 사회적 취약계층 등에 대한 보편적 철도서비스 제공은 시대를 망라해 가장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철도의 사명이다.

현재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는 철도운영자의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의 경우 국가의 보조 및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철도운영자가 다른 법령에 의하거나 국가정책, 공공목적을 위해 철도 운임·요금을 감면할 경우 그 감면액과 철도운영자가 경영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철도 이용 수요가 적어 수지균형 확보가 곤란해 벽지 노선 또는 역의 철도서비스를 제한·중지해야 되는 경우로서 공익 목적을 위해 기초적인 철도서비스를 계속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이를 근거로 매년 정부에서 철도 공공성을 위해 벽지에 교통망을 제공하거나 노약자 운임 등을 감면하는 공익서비스비용(PSO) 보상액을 지원하고 있지만,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해 코레일 국정감사에서 피에스오 보상률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코레일의 피에스오 제공에 따른 정산액 대비 정부 보상률이 지난 5년 새 89%에서 59%까지 무려 30%포인트나 하락했음이 밝혀졌다. 벽지노선 운행에 따른 코레일의 손실액은 중복되는 비용 등을 뺀 정산액을 기준으로 2013년 3860억원이었다. 정부의 피에스오 보상액은 3434억원으로 보상률은 89%였다. 그러나 2017년 코레일이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액과 정산액 간의 차이는 2063억원이었다. 코레일은 피에스오 보상액으로 5025억원을 산정했으나, 실제 보상액은 2962억원에 그친 것이다. 피에스오 손실로 발생한 2000억원대의 적자는 그대로 원가보상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결국 피에스오 보상률 하락은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져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할 철도서비스가 축소됨에 따라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됨은 자명하다.

지금도 영동선을 포함해 태백선, 정선선 등 지방의 많은 벽지노선에는 원가에 턱없이 모자라는 일반열차가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케이티엑스와 같은 흑자상품만을 고집한다면 머지않아 일반 여객열차와 화물열차는 설 곳을 잃고 말 것이다. ‘적자노선’이라 함은 ‘공공성이 강화된 노선’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피에스오는 벽지나 두메·낙후지역의 주민과 사회적 교통약자 등에게 보편적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제도다. 철도 공공성 강화는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다. 그 핵심은 국민이면 모두가 지역·소득·계층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철도는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되는 공공재인 만큼 이용자인 전 국민에게 불편부당한 용역을 제공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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