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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5 18:32 수정 : 2019.02.25 19:08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 풍경. <한겨레> 자료.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 풍경. <한겨레> 자료.
2019학년도 대학 입시가 끝났다. 요즘은 대학교 주변에서 자취방을 알아보는 신입생들이 눈에 띈다. 한편에서는 상위권 대학의 강남 학군 학생 비율을 지적하며 양극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해마다 대학 입시가 논란이 되는 것은 지금의 사회구조에서 입시가 미래를 거의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입시는 미래를 예측해야만 하는 입시다. 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가 입시에 불리한 것도 문제지만, 공부를 잘하고 능력 있는 학생이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면 평생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입시가 앞으로 삶의 계층을 결정해버린다면 그만큼 숨 막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초반, 10년 남짓한 교육기간이 입시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 아이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고민하기도 바쁜 그 시기에 까딱 잘못된 선택을 하면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나중에야 자신의 재능을 깨닫더라도 다시 돌아가기 쉽지 않다. 대학이란 학문을 위한 공간인데, 대학이 계층 이동의 수단이 되어버리니 뒤늦게 재능과 흥미를 발견한 사람들도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수능을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지 않으면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 주어진 장벽이 너무 많다.

그래서 특정 직종에서 인력난에 허덕이면 뒤늦게 관련 학과를 증설하고 열심히 고등학생들을 찾아가 유망 직종이라며 홍보를 해야 한다. 반대로 유망한 학과라고 해서 열심히 공부해 입학했지만 나중에 관련 학과가 하향세로 접어드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취업난에 허덕이고 다른 편에서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고등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례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어차피 대학 입시에서 모든 걸 결정해야 하고,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10년 뒤의 취업시장 예측이 어려우니 먹고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학생들이 9급 공무원으로 만족하고 살아가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입시에서 수능은 수학능력이 아닌 ‘대학생 선발 경쟁 시험’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대학 입학 시험을 말 그대로 ‘수학능력 평가’로 시행하고 있지 못한 우리나라에 시사점이 될 수 있는 나라가 있다. 바칼로레아를 시행하는 프랑스다.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면 대학 교육을 받을 자격을 얻는다.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마음껏 선택한다. 그래서 인기가 많은 학과의 수업은 수업을 듣는 것조차 힘들다. 수강 인원을 제한 없이 받기 때문에 강의실이 모자라 밖에서 수업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학년 말마다 진급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3학년쯤 되면 이런 어려움은 없어진다. 일정 수준이 되지 않는 이들은 탈락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학교 문화가 입학하고 나서 오랜 기간 공부하면 대부분 학력을 인정해주는 반면 프랑스는 아무리 오래 학교를 다녔어도 적절한 수준이 되지 않으면 학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입시가 가능하다. 학과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탈락한 이들은 다른 학과로 옮기면 된다.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자격은 이미 갖췄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의 변동폭이 커진 지금, 우리나라도 이런 입시 구조를 어느 정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졸업과 미래가 결정되는 그런 입시가 아니라, 수학능력이 되면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고 언제든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입시 말이다. 이런 입시가 도입되면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도 있는 학생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절대평가에 기초하기 때문에 공정성 문제나 교육 불균형 문제로 입시 방법을 복잡하게 고민할 것도 없다.

전성민
교사 임용시험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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