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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06 17:57 수정 : 2019.02.07 11:35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의 국회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장기화되면서 사립 유치원 비리 근절과 우리나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열망하는 국민들, 특히 전국 134만 공사립 유치원 학부모들은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 유아교육 선진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유치원 학부모 단체 대표로서 다음의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사립유치원 비리근절 및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유치원 3법과 에듀파인 시스템 도입에 대한 반대를 즉각 중단하기 바랍니다.

“사립유치원은 학교입니까 아니면 학원입니까?” 이 질문은 최근 우리 사회가 우리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얼마 전 한유총 이사장에 선임되신 이덕선 이사장님의 명함 뒷면에 “유치원은 우리 아이들의 처음 학교입니다”라고 써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덕선 이사장님의 명함 뒷면에 씌여 있는 ‘학교’라는 단어의 의미는 우리 학부모들이 알고 있는 그 ‘학교’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 인가요? 세상의 어느 학교가 개인 사업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도대체 왜 학부모들에게 홍보하고 정부 지원금의 확대를 촉구할 때는 사립 유치원도 학교임을 그리도 강조하면서 정작 모든 학교가 따라야 할 당연한 방식인 투명하고 청렴한 교비 회계 처리 방식에는 사유 재산이니 개인 사업자니 하면서 잘 따르지 않는지 학부모로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유총의 주장대로라면 그동안 건국 이래 수십 년간 대한민국에서 운영된 모든 사립유치원의 정체는 결국은 개인 사업자였던 것인가요? 아니면, 겉으로는 학교의 위상을 희망하지만 속으로는 그저 개인사업자인 학원과 같이 이윤추구 위주로 운영하고 싶은 학교도 아니고 학원도 아닌 박쥐같은 건가요?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의 눈에 진정한 교육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당연히 따라야 하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규칙은 전혀 따르지 않으면서 오로지 영리 추구에 극대화된 집단 이기주의적이고 이중적인 행태만 보여준다면 사립 유치원의 학교로서의 위상을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입니다.

모든 권리에는 그에 걸 맞는 책임도 반드시 따른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우리 아이들에게 매일 교육하면서 그것을 가르치는 어른들 스스로 그것을 따르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과연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의 134만 유치원 학부모들은 사립 유치원 설립자와 원장님들께 다시 한 번 이 질문을 드립니다. “사립유치원은 학교입니까 아니면 학원입니까?”

아울러, 국회는 각 당의 당리당략을 떠나 우리나라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유치원 3법을 본회의에서 조속히 통과시켜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둘째, 국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일제 잔재인 ‘유치원’이라는 명칭이 ‘유아학교’로 변경되도록 조속히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1995년 일제 강점기의 잔재 유물이라고 해서 ‘국민학교’란 명칭을 ‘초등학교’로 바꾼 것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큰 기념비중의 하나입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의 해입니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치신 독립투사와 순국선열들이 후손들인 우리가 아직도 일제가 사용하던 그 이름 그대로 100년 동안 문제의식없이 이런 저런 사유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아신다면 민족적 자긍심 회복 차원에서 얼마나 통탄해 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미래세대인 유아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우리 어른들 스스로 비하하고 있는 것인가 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또한, 유아교육법에는 유치원은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설립 운영되는 ‘학교’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이라는 명칭이 계속 사용되는 배경에는 “유치원은 초중고등학교와는 다른 교육기관이며 학교가 아니다”는 편견이 있어서인지 우리 어른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따라서,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우리나라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시급히 우리나라 유아교육기관의 명칭을 ‘유치원’에서 ‘유아학교’로 변경해야 마땅합니다.

셋째, 교육당국은 교육의 3주체로서 학부모들의 자치기구인 학부모회가 초중고처럼 유치원에도 설치되도록 제도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치원에서도 초중고와 마찬가지로 운영위원회를 유아교육법에 포함시킴으로써 교육의 3주체로서 학부모의 유치원 운영 참여를 크게 향상시킨 바 있습니다. 심의기구인 운영위원회와는 별도로 단위 유치원에서 전체 학부모들이 교육 공동체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초중고와 마찬가지로 학부모 자치기구인 학부모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공사립을 불문하고 서울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도 교육청 산하 대부분의 유치원들에서는 아직 학부모회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는 학생, 교원과 함께 교육의 3주체라는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고 초중고와 마찬가지로 유치원도 학교로서의 진정한 위상을 인정받기 위해선 운영위원회처럼 학부모회도 반드시 설치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사는 동탄은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로 인해 많이 유명해졌습니다. 저의 집은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환희 유치원 근처입니다.

또한,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맞은 편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국공립 단설유치원인 솔빛 유치원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2019학년도 솔빛 유치원의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80명 모집에 1400여명이 지원하여 17대 1의 경쟁률이었습니다. 동탄 1신도시 지역의 유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국공립 단설 유치원에 들어가는 것이 서울대 입학보다 어렵다는 웃픈 농담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전국 모든 신도시 지역 중에서도 사립유치원이 가장 많이 있다는 동탄에서 왜 학부모들이 떨어질 걸 각오하면서도 국공립 단설유치원에 무조건 지원하는지 그 이유를 곰곰이 헤아려 보면서 사립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고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합니다.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와 유아교육기관 명칭 변경과 유치원 학부모회 설치 그리고 국공립 유치원 증설 등을 통한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야말로 이 시대의 국민적 요청이자 우리나라의 미래인 유아들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배움의 장에 행복한 봄이 빨리 찾아오기만을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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