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1.28 18:18 수정 : 2019.01.28 22:05

손혜원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

손혜원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
불 꺼진 항구에서 전국구 스타 지역이 되어버린 내 고향이 이제는 어느 정치인에게서 ‘목포는 호구’라는 민망한 비유까지 듣게 되었다. 하지만 목포를 둘러싸고 어지럽게 교차하는 부담스럽고 날 선 말 중에서도 ‘목포가 과연 투기(라도)할 만한 곳이던가?’ 식의 주장에 각별히 마음이 아프다. 이 외부의 시각이 주는 불편하지만 엄연한 현실에 드는 열패감은 촌놈의 새삼스러운 자격지심일까.

목포 또한 투기 불능 지역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서울의 큰손들은 탁월한 안목으로 연륙이 예상되는 신안의 섬들을 꾸준히 사들였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구도심과 신도심을 막론하고 몰아친 아파트값 폭등과 투기 붐의 배후에는 외지 투기 자본의 기획과 선동이 있었다. 심지어 구도심에는 45년이 넘은 3300만원 하는 낡은 방 두칸짜리 아파트조차도 주인의 태반이 ‘언젠가 재개발’에 대비한 서울 사람들이라는 믿을 만한 소문이 돈다.

‘어디 투기할 데가 없어 목포냐’는 식의 주장은 수도권 중심적 사고에 갇힌 오만한 편견이거나, 손혜원 의원을 옹호하는 당파적인 열정에 불과하다. 평소 멀쩡한 유달산에 네온을 심고, 2차선 구도심 길 사이에 빚을 내서 초고층 빌딩을 랜드마크로 세우는 근본 없는 이벤트식 토건 개발이 아니라 개성있고 문화 중심적인 지역 개발을 열망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손 의원이 보여준 목포에 대한 남다른 예술적 안목과 문화적 애정은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화인이자 예술기획자 손혜원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할 수 있으나 손혜원 ‘의원’의 역할과 임무는 격이 다르다.

먼저 손 의원은 공적인 사업을 지극히 사적인 관행으로 접근하고 추진했는데, 이는 직업윤리를 망각한 잘못이 크다. 아마도 공익과 공적인 의지를 혼동했기 때문인 듯하다. 공적인 가치는 공적인 절차를 통해서 추진되어야 비로소 공익으로 인정된다. 문화의 진흥과 보존을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 비즈니스 방식으로 풀어내려 했던 것이 손 의원의 근본적인 오류라고 생각한다.

손 의원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서 목포의 마담 드 메디치, 혹은 찰스 사치 같은 문화 설계자가 되고 싶었다면 사업가의 지위에서 했어야 옳다. 그런 점에서 ‘목포를 위해서 그렇게 노력했건만 돌아오는 것은 결국’이라는, 손 의원의 에스엔에스(SNS)를 통한 호소는 사인의 심정과 공인의 의무에 대한 착오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손 의원의 문화적 공명심과 역사와 문화를 매개로 침체를 벗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싶은 목포 시민의 숙원이, 전국적이고 보편적인 공공성의 기준과 갈등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일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이렇다. 첫째, 지방자치 이후로 지역 발전과 성장에 대한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청사진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도심 개발과 전남도청 이전 이후로 목포권은 도시의 중심이 뚜렷하지 않고, 인구적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각 권역이 공간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분리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만호동 일대만이 아니라 구도심 전역과 신도심, 나아가 도청 소재지인 남악지구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전략이 절실하다.

둘째, 지역 개발을 추진할 때는 전문가와 행정권력만의 결정이 아니라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돼야 한다. 정례적인 설명회와 시민 제안 등으로 그때그때 정보가 공유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역사와 문화예술 본연의 보편적이고 개방적인 특성에 부합하게 사업 진행 자체를 함께 만드는 축제와 같은 연속적인 이벤트로서 전국의 문화 애호 시민들과 교감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이 사건으로 목포가 주목받는 기회를 활용해서 사업 진행 과정을 공유할 ‘국민모니터단’ 등을 꾸려서 근대문화역사공간 조성의 민주성과 전국적 정당성을 높이는 방도가 치열하게 고민되었으면 한다. 목포가 쇠락과 낙후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향토인의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손영득 목포 시민(목포시 용해동)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