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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8 18:15 수정 : 2019.01.28 22:06

배성호
서울 삼양초 교사·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공동대표

최근 교육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교육 문제는 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주제로 회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교육의 중요한 바탕이 되는 교과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너무 부족하다. 세계적 교육의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교과서 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전세계적으로 단 하나의 생각만을 제시하는 국정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재정 형편이 안 되는 나라이거나 독재 국가 등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는 국격에 걸맞지 않게 오랫동안 국정교과서 체제로 교육이 이뤄져왔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이미 교과서 검인정 제도를 넘어서 자유발행제를 통해 학생들과 교사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면서 첨단 사회로 변모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교육부에서 초등 사회, 수학, 과학 교과서의 검정제 전환을 예고했다.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국어, 도덕 등은 함께 검정제로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중등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이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아 폐기된 것과 함께 생각해볼 점이다.

사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가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국정교과서인 초등 사회 교과서의 편찬위원, 집필위원, 연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했다. 국정교과서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대단히 열악한 과정에서 개발된다. 일반도서 개발보다 부족한 예산과 체계 등으로 인해 현재 초등 교과서 삽화나 사진을 보면 일반 도서에 비해 대단히 부족하다. 국정교과서 개발 비용은 검정교과서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 이는 실제로 일반 출판계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나라에서 만드는 교과서의 디자인이 너무나 조악해 실제로 현장 교사들이 이 점을 대단히 아쉬워한다. 교과서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해야 하는데 질적으로 떨어진 교과서와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일본 검정 초등 교과서 중에서는 최근 지브리 스튜디오팀과 결합해서 마치 그림책처럼 매력적인 교과서를 개발하기도 했다. 다른 검정교과서들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교과서에 사용하는 등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마련해서 개발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최고의 작가들이 교과서 삽화 작업 등에 참여해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교과서를 통해 미적 감각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주마다 다채로운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운영하면서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을 열어가고 있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자유발행제를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회적 상상력을 유쾌하고 담대하게 펼쳐가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격에 맞게 교과서 체제를 바꿔나갈 때가 되었다. 알파고 시대라는 점을 고려해, 우리 아이들에게 획일화된 국정교과서를 제공하는 것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유엔을 비롯해서 유네스코에서 강조하고 있는 비판적 사고력과 참여 역량을 키워가는 교육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각을 모색하고 펼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알파고로 상징되는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길을 열어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교과서들이 다채롭게 모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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