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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3 18:22 수정 : 2019.01.23 21:51

정명옥
안양서초등학교 영양교사

학교우유급식사업(우유 공급)은 1981년부터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연계하여 청소년 체위 향상 및 우유 소비 기반을 확대하여 낙농산업을 발전시킬 목적으로 시작하였다. 축산업발전기금 60%와 지방재정 40%를 합하여 우유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학생에게는 시중가격보다 낮은 가격(개당 430원)으로 우유를 공급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학교급식에 포함하여 운영되었으나 우유 공급 강제에 대한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현재는 희망자에 한하여 학교급식과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우유를 희망하는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서 일부 중고등학교에서는 우유 공급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

학교급식은 수업일의 점심시간에 법정 영양관리기준에 맞는 주식과 부식 등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우유 마시기’는 1교시가 끝난 시간, 학급에 따라 등교하자마자 먹도록 지도하고 있다. 문제는 초등학생의 경우, 오전에 우유를 마신 학생은 급식을 달게 먹지 못하는 등 점심을 먹는 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우유 공급 제도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학교 우유 공급 제도는 다음과 같은 더 근본적인 이유로 폐지되어야 한다. 첫째, 낙농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우유를 공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우유를 학교라는 조직을 통해 제도적으로 학생(학부모)에게 공급하는 것은, 지금은 모두 사라진 학교저축이나 어린이신문 구독, 한자 등 학습지를 사용하던 것과 다름없는 방식이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학교에서는 공급해도 되는가를 묻고 싶다. 그렇다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이 우유뿐일까. 말하자면 우유가 필요하거나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반 시장에서 구입하면 된다. 현재 학교 우유에 지원되고 있는 보조금 지원 정책은 우유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우유의 시장가격을 낮추는 데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교에서 우유를 공급하기 위한 행정적 업무 부담이 너무 크다. 교육부나 농식품부의 학교 우유 공급 담당자나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의 담당자 등이 생각하는 것과 현장은 매우 다르다. 2018년 학교우유급식사업 표준 매뉴얼과 학교우유급식사업 시행지침의 자료 분량을 합하면 48쪽에 달한다. 이것은 그만큼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우유를 공급하는 업무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학교에는 우유 공급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없다. 영양교사는 학교급식업무를 담당하기도 너무 벅차다. 행정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단위학교의 교육활동 지원을 위해 있는 교육행정실이 우유값 수납, 전출학생 우유값 환불 업무 등에 시달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학교 현장은 우유 업무로 인해 업무분장 권한이 있는 관리자와 교직원들 사이에 큰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셋째, 학생을 지도하는 담임교사는 학생들이 잘 먹지 않는 우유(우유는 대부분 부모가 일방적으로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를 억지로 먹여야 하는 것뿐 아니라 무상공급 대상자를 조사하는 일, 우유의 수량이 맞지 않을 경우 확인하는 일 등 우유 관련 업무를 매우 부담스러워한다. 빈 우유갑이 잘 정리되지 않아 교실이 더럽혀지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우유(음식)를 귀하게 여기지 않고, 먹지 않고 장난치며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 학생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은 지금의 우유 공급 시스템으로 몸살을 앓는다. 우유 무상공급이 반드시 필요한 저소득층 학생들의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치단체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제 지금과 같은 학교 우유 공급 제도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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