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권강사·고려대 스포츠교육학 박사과정 나는 학생선수 출신의 스포츠 인권 강사이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축구를 했다. 하지만 서른이 될 때까지도 학생선수 시절, 내가 인권침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 인권 분야 강사 양성과정 교육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코치에게 ‘빠따’(현장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함)를 맞고, 발길질을 당하며, 뺨을 맞고, 욕설을 듣는 것,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견뎌야 하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인권침해이고, 그 사실조차 몰랐던 것 역시 무기력하게 학습되어온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운동을 하는 후배들에게 다시는 이런 아픔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2014년부터 스포츠인권교육 강의를 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작고 큰 장벽에 부딪히는 일들이 있었다. 먼저, 교육 방식이다. 적게는 200명, 많게는 1500명까지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마치 예비군 1일차 정신교육 형태와도 같았다. 200~300명으로 인원이 많다 보니 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거나 다른 행동을 했다. 종목도 각기 달라 단체종목 학생에게 합숙 이야기를 하면 개인종목 학생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참석 인원수가 인권교육사업 성과로 수치화된다는 이야기를 담당자에게 들은 바가 있다. 인권교육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이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권교육에서조차 학생선수를 교육 주체가 아닌 그들의 실적 대상으로 본다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둘째로, 교육 내용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지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갔을 때다. 지도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동권을 주제로 교육을 했다. 교육을 마치고 대한체육회 인권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았다. “약속된 다음 강의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이유를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기관장들이 불편해하는 주제였다”는 것이다. ‘인권은 불편함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스포츠인권교육을 할 때에도 반드시 ‘폭력과 성폭력’을 주제로 다뤄야만 했다. 대한체육회 담당자가 말하길 매년 폭력과 성폭력 신고가 많아서라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이 교육이 인권교육인지, (성)폭력 예방교육인지.’ 셋째로, 강사 자격이다. 대한체육회에서는 연말에 전국 17개 시도체육회 스포츠 인권 강사 100여명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운영한다. 보수교육이라는 명목하에 모이는데, 그 교육의 질이 인권적으로 담보된 것인지 누구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어느 날, 소그룹 토의를 할 때였다. 어느 인권강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선수생활을 했지만, 결국에 운동하는 애들은 맞아야 실력이 늘어요.” 순간 나의 귀를 의심했다. 가히 충격적이었고, 다름 아닌 스포츠 인권을 주제로 모인 워크숍 장소에서 그것도 현직 스포츠 인권 강사에게 들은 고백이다.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 강사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는 인권교육과 인성교육을 혼돈하여 강의하는 강사 선생님의 이야기도 왕왕 들었다. 스포츠 인권 강사들이 인권의 의미와 가치를 탑재한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조재범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인권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성과와 제도에 의한 교육이 아닌 인권에 대한 진정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장의 인권강사 목소리를 통해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법 제정을 통해 스포츠인권교육을 의무화하며, 거버넌스를 구축해 스포츠인권교육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인권교육은 학생선수와 지도자뿐만 아니라 스포츠 정책을 다루는 담당자와 임원들까지 모두가 받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17개 시도체육회 등 체육계 국가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주요 정책담당 기관에서 인권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이해하더라도 정책에 반영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정책은 인권 보호와 향상을 담보할 수 없는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것으로 또 반복되기 쉽다. 앞으로 대한민국 스포츠는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인권이 중심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올림픽헌장 기본원칙 제4조에 따라 ‘스포츠는 인권’이기 때문이다.
왜냐면 |
[왜냐면] 나는 스포츠 인권 강사다 / 김동혁 |
스포츠인권강사·고려대 스포츠교육학 박사과정 나는 학생선수 출신의 스포츠 인권 강사이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축구를 했다. 하지만 서른이 될 때까지도 학생선수 시절, 내가 인권침해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 인권 분야 강사 양성과정 교육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코치에게 ‘빠따’(현장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함)를 맞고, 발길질을 당하며, 뺨을 맞고, 욕설을 듣는 것,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견뎌야 하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인권침해이고, 그 사실조차 몰랐던 것 역시 무기력하게 학습되어온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운동을 하는 후배들에게 다시는 이런 아픔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2014년부터 스포츠인권교육 강의를 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작고 큰 장벽에 부딪히는 일들이 있었다. 먼저, 교육 방식이다. 적게는 200명, 많게는 1500명까지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마치 예비군 1일차 정신교육 형태와도 같았다. 200~300명으로 인원이 많다 보니 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거나 다른 행동을 했다. 종목도 각기 달라 단체종목 학생에게 합숙 이야기를 하면 개인종목 학생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참석 인원수가 인권교육사업 성과로 수치화된다는 이야기를 담당자에게 들은 바가 있다. 인권교육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이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권교육에서조차 학생선수를 교육 주체가 아닌 그들의 실적 대상으로 본다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둘째로, 교육 내용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지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갔을 때다. 지도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동권을 주제로 교육을 했다. 교육을 마치고 대한체육회 인권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았다. “약속된 다음 강의 일정이 취소되었습니다.” 이유를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기관장들이 불편해하는 주제였다”는 것이다. ‘인권은 불편함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스포츠인권교육을 할 때에도 반드시 ‘폭력과 성폭력’을 주제로 다뤄야만 했다. 대한체육회 담당자가 말하길 매년 폭력과 성폭력 신고가 많아서라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이 교육이 인권교육인지, (성)폭력 예방교육인지.’ 셋째로, 강사 자격이다. 대한체육회에서는 연말에 전국 17개 시도체육회 스포츠 인권 강사 100여명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운영한다. 보수교육이라는 명목하에 모이는데, 그 교육의 질이 인권적으로 담보된 것인지 누구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어느 날, 소그룹 토의를 할 때였다. 어느 인권강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선수생활을 했지만, 결국에 운동하는 애들은 맞아야 실력이 늘어요.” 순간 나의 귀를 의심했다. 가히 충격적이었고, 다름 아닌 스포츠 인권을 주제로 모인 워크숍 장소에서 그것도 현직 스포츠 인권 강사에게 들은 고백이다.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 강사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는 인권교육과 인성교육을 혼돈하여 강의하는 강사 선생님의 이야기도 왕왕 들었다. 스포츠 인권 강사들이 인권의 의미와 가치를 탑재한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조재범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인권교육의 실효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성과와 제도에 의한 교육이 아닌 인권에 대한 진정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장의 인권강사 목소리를 통해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법 제정을 통해 스포츠인권교육을 의무화하며, 거버넌스를 구축해 스포츠인권교육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인권교육은 학생선수와 지도자뿐만 아니라 스포츠 정책을 다루는 담당자와 임원들까지 모두가 받아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17개 시도체육회 등 체육계 국가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주요 정책담당 기관에서 인권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이해하더라도 정책에 반영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정책은 인권 보호와 향상을 담보할 수 없는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것으로 또 반복되기 쉽다. 앞으로 대한민국 스포츠는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인권이 중심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올림픽헌장 기본원칙 제4조에 따라 ‘스포츠는 인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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