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5 17:46
수정 : 2006.01.17 02:07
왜냐면
고발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더 고발할 것이 없을 때, 시청자들은 함께 웃으며 피디수첩이 폐지되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
온 나라를 쥐락펴락하던 이른바 ‘황우석 사태’ 논란이 과학계의 자체적인 검증을 벌이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며, 최대한 투명하고 정확하게 조사가 이루어져 하루빨리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연구가 정상을 되찾길 바란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개 과정을 보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익’이라는 명분 앞에서는 진실 보도를 위한 언론의 역할도, 이성을 찾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모두 ‘매국’으로 치부되어 왔다. 잠정 중단된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게시판, 관련 기사가 실린 포털 사이트의 댓글을 보면 이러한 집단적 광기와 마녀사냥은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황우석 박사를 취재한 제작진과 가족들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심각한 사이버 테러가 우려되고 있고, 흥분한 누리꾼들은 욕설과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늘어놓으며 다른 의견을 가진 누리꾼을 함께 공격하기 일쑤다.
사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대다수의 언론사는 이른바 ‘경마 저널리즘’ 식의 중계 보도를 통해 황우석 박사 개인을 우상화·신격화하거나 ‘경제적 파급력이 얼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다’라는 성급한 장밋빛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환상이 크면 실망도 크다.
게다가 사태가 커지면서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극단적 여론에 편승하여 이른바 방송 때리기, 개혁적 프로그램 때리기에 열을 올려왔고, 급기야 〈와이티엔〉의 경우 보도윤리를 어겨가며 무리한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피디수첩은 그동안 사회의 수많은 부조리와 비리를 고발하며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고, 피디저널리즘의 한 전형을 구축해 왔다. 극단적 여론에 몰려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위축시킬 것이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아직은 작은 목소리이지만 피디수첩이 그동안 담당해 왔던 역할과 그 무게감을 존중하며 폐지를 반대하자는 주장이 사이버 시위나 1인시위, 서명운동 등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피디수첩’의 맹목적 지지자가 아니다. 황우석 박사를 비난하거나 그 연구를 방해하자는 목적도 아니다.
고발은 계속되어야 한다. 거짓은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더 고발할 것이 없을 때, 시청자들은 함께 웃으며 피디수첩이라는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은, 결코 아니다.
송호균/‘피디수첩 폐지반대 카페’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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