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민주평화당·광주 서구을)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촛불혁명 이후 어느덧 2년여가 지났고 촛불정부라고 불러야 마땅할 문재인 정부도 이제 3년차에 돌입했다. 촛불국민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고 국민의 주권이 보장되며 차별이나 불안이 없이 함께 잘 사는 상생의 대한민국을 열망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정과 사회 전반의 기득권 구조를 타파함과 아울러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새로운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과감한 개혁이 요구되었다. 우리나라처럼 권력분립이 이루어진 나라에서는 그런 제도의 개혁이 반드시 국회의 입법을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에 주력하며 여러 부문에서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국가정보원법, 공정거래법, 상법을 비롯해 지금까지 개혁입법이 완성됐다고 할 만한 것은 전혀 없다시피 하다. 5·18 정신을 헌법에 규정하겠다고 했던 개헌, 대선공약인 선거제 개혁, 공정경제를 확립하여 혁신성장을 이룩할 재벌개혁,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조세개혁, 재정개혁, 교육개혁 등등 그 어느 것도 ‘말의 성찬’ 이상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바탕에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은 자유한국당과 같은 소수 반대세력에게 입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이런 국회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며 개혁입법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과 가망 없는 밀당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사실 이런 국회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을 포함한 국회 내 개혁세력은 최소 157석을 확보했다. 그 직후 나는 이 157석을 묶어 ‘개혁입법연대'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개혁입법연대’가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부터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물리칠 수 있는 국회 구조를 만들고 개혁입법에 매진한다면 촛불국민의 열망을 실현할 모든 개혁입법을 20대 국회 임기 안에 완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과거의 관성대로 자유한국당과 주고받기를 선택했고, 그 결과로 국회는 개혁입법에 관한 한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와 민생에서 보이고 있는 심각한 부진은 역량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해법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재벌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공정경제 확립과 고용·분배 구조의 개선에 실패한 것 혹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 급기야 이 정부는 경제 실적 부진에 따른 민심 악화에 초조해진 나머지 갑작스럽게 우경화, 보수화의 길을 가고 있다. 모든 공공시설물을 민자사업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지난해 12월17일의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의 발표는 이명박식 토건경제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병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대증요법만을 써서는 당장의 어려움을 달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가까운 장래에 경제·민생의 파탄을 불러올 것이다. 이대로 가면 개혁도 평화도 동력을 잃고 다시금 이 나라를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이제 이 절망적 상황을 타개해서 개혁입법을 성공시킬 방도는 없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아직 길이 있다. 최근 ‘유치원 3법’ 처리를 위해 활용한 신속처리절차(패스트트랙)가 그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은 각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60% 이상의 찬성으로 신속처리절차에 회부할 수 있고, 330여일 뒤에는 입법을 완료할 수 있다. 현재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뭉쳐 있다. 민주당이 선거법을 매개로 야3당과 개혁적인 무소속 의원들까지 규합해 가칭 ‘촛불입법연대’를 만든다면 국회의원 정수의 60%인 180석을 넘어선다. 자유한국당의 방해를 물리칠 수 있는 ‘신의 숫자’다. 정부여당이 결단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위력적인 ‘촛불입법연대’를 출범해서 신속처리절차를 활용해 올해 안에 촛불국민이 바라는 개혁입법을 대부분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촛불 열망을 살려갈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왜냐면 |
[왜냐면] 국회 ‘촛불입법연대'로 개혁입법 나서야 / 천정배 |
국회의원(민주평화당·광주 서구을)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촛불혁명 이후 어느덧 2년여가 지났고 촛불정부라고 불러야 마땅할 문재인 정부도 이제 3년차에 돌입했다. 촛불국민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고 국민의 주권이 보장되며 차별이나 불안이 없이 함께 잘 사는 상생의 대한민국을 열망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정과 사회 전반의 기득권 구조를 타파함과 아울러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새로운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과감한 개혁이 요구되었다. 우리나라처럼 권력분립이 이루어진 나라에서는 그런 제도의 개혁이 반드시 국회의 입법을 통해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에 주력하며 여러 부문에서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국가정보원법, 공정거래법, 상법을 비롯해 지금까지 개혁입법이 완성됐다고 할 만한 것은 전혀 없다시피 하다. 5·18 정신을 헌법에 규정하겠다고 했던 개헌, 대선공약인 선거제 개혁, 공정경제를 확립하여 혁신성장을 이룩할 재벌개혁,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 조세개혁, 재정개혁, 교육개혁 등등 그 어느 것도 ‘말의 성찬’ 이상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바탕에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은 자유한국당과 같은 소수 반대세력에게 입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이런 국회 상황에서 허우적거리며 개혁입법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과 가망 없는 밀당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사실 이런 국회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을 포함한 국회 내 개혁세력은 최소 157석을 확보했다. 그 직후 나는 이 157석을 묶어 ‘개혁입법연대'를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개혁입법연대’가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부터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물리칠 수 있는 국회 구조를 만들고 개혁입법에 매진한다면 촛불국민의 열망을 실현할 모든 개혁입법을 20대 국회 임기 안에 완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과거의 관성대로 자유한국당과 주고받기를 선택했고, 그 결과로 국회는 개혁입법에 관한 한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와 민생에서 보이고 있는 심각한 부진은 역량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해법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재벌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공정경제 확립과 고용·분배 구조의 개선에 실패한 것 혹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근본 원인이다. 급기야 이 정부는 경제 실적 부진에 따른 민심 악화에 초조해진 나머지 갑작스럽게 우경화, 보수화의 길을 가고 있다. 모든 공공시설물을 민자사업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지난해 12월17일의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의 발표는 이명박식 토건경제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병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대증요법만을 써서는 당장의 어려움을 달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가까운 장래에 경제·민생의 파탄을 불러올 것이다. 이대로 가면 개혁도 평화도 동력을 잃고 다시금 이 나라를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이제 이 절망적 상황을 타개해서 개혁입법을 성공시킬 방도는 없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아직 길이 있다. 최근 ‘유치원 3법’ 처리를 위해 활용한 신속처리절차(패스트트랙)가 그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안은 각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60% 이상의 찬성으로 신속처리절차에 회부할 수 있고, 330여일 뒤에는 입법을 완료할 수 있다. 현재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뭉쳐 있다. 민주당이 선거법을 매개로 야3당과 개혁적인 무소속 의원들까지 규합해 가칭 ‘촛불입법연대’를 만든다면 국회의원 정수의 60%인 180석을 넘어선다. 자유한국당의 방해를 물리칠 수 있는 ‘신의 숫자’다. 정부여당이 결단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위력적인 ‘촛불입법연대’를 출범해서 신속처리절차를 활용해 올해 안에 촛불국민이 바라는 개혁입법을 대부분 완수할 수 있는 것이다. 촛불 열망을 살려갈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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