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1.07 17:31 수정 : 2019.01.08 12:54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가리왕산은 겨울올림픽이 결정된 순간부터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조선시대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던 산림이었기 때문이다. 단 3일의 경기를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하고 십만그루가 넘는 나무를 베어냈다. 가리왕산은 ‘환경 올림픽’이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대형 국제스포츠대회가 갖는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창올림픽 개최 전인 2014년에 ‘분산 개최’를 포함한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누적된 적자와 대규모 환경파괴로 인해 세계적인 겨울올림픽 유치 반대 여론이 일자 발빠르게 대처한 것이다. 실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지역 주민들은 2026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거부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분산 개최는 없다’고 일축하며 아이오시의 해법을 외면했다. 같은 정선군에 위치한 하이원리조트도 대안지로 떠올랐다. 이 스키장 정상부에서 폐광지인 영월 상동 쪽으로 대안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원도와 스키협회는 여러 대안을 모두 무시했다.

당시 영업 중인 국내 스키장은 모두 적자였다. 정선 가리왕산에서 가까운 태백 오투리조트 스키장은 4천억원을 들여 건설했으나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가리왕산에 알파인 스키장 건설을 강행했다. 무능한 체육행정과 스포츠외교의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지워졌다.

강원도가 관계부처와 시민사회를 설득한 유일한 논리가 ‘쓰고 난 뒤에 원래대로 돌려놓겠다’는 것이었다. 올림픽 바로 전인 2017년 12월8일 환경부, 산림청, 강원도, 정선군, 전문가 등이 모여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 복원을 합의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강원도는 중앙산지관리위원회에 전면복원 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올림픽 경기가 끝나고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바뀔 수는 있어도 법이 바뀔 수는 없다. 이를 알면서도 최 지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치 가리왕산 복원이 협상 대상이 되는 것처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강원도가 가리왕산을 복원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부터 복원 비용이 2천억원이 되었다. 강원도가 애초 제출했던 전면복원 계획안에 제시한 복원 비용은 약 400억원이다. 그런데 어떤 계산에서인지 복원 비용이 갑자기 2천억원으로 둔갑했다. 그리고 스키장으로 사용한다면 마치 10원도 들지 않고 당장 스키를 탈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가리왕산을 스키장으로 쓰기 위해서도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지난여름 다행히도 큰비가 정선을 피해갔지만, 시간당 30㎜의 비에 가리왕산은 이미 산사태가 났고 슬로프와 운영도로가 결정적인 노릇을 했다. 6가구가 침수되었으며 재해예방 공사를 진행했고 중앙정부의 긴급 지원이 있었다. 가리왕산은 평균 경사도가 약 25%에 이른다. 따라서 산 입구부터 하봉까지 지그재그로 산을 가로지르는 곤돌라와 운영도로를 존치하고는 제대로 된 생태복원이 불가능하다.

가리왕산의 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은 ‘전면복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 행위다. 강원도의 가리왕산 스키장 대부 기간이 2018년 12월31일이었다. 국유림을 쓰고 환원할 땐 국유림법에 따라 원상태로 복구해야 한다. 하지만 가리왕산은 산사태 위험이 매우 높은 훼손지로 변해 있다.

강원도는 올림픽만 하고 나면 정선도 뭔가 부흥이 일어날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그러나 남은 것은 산사태 위험이 아주 높은 쓸모없는 활강경기장뿐이다. 이것이 동계올림픽이라는 국제경기대회의 본질이다. 아이오시의 2020어젠다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지혜를 모으고 힘써야 할 일은 가리왕산 스키장 찬반 논쟁이 아니다. 지역주민들의 허망함을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복원이다. 정선군에 복원을 실행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실제적인 조직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가리왕산은 산림복원 기술의 집합체가 될 것이다. 산림복원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 생태관광 등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다. 가리왕산의 복원은 올림픽의 새로운 유산으로 기록될 것이다.(편집자주/<한겨레> 1일치 ‘왜냐면’에 실린 ‘정선군민은 욕심쟁이가 아니다’(최광호 <정선신문> 발행인)에 대한 반론으로 보내온 글입니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