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7 17:30
수정 : 2019.01.08 10:52
장헌권
목사·팽목 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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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분향소 옆에 세워져 있던 십자가. 장헌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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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던 그날 이후 4·16이라는 숫자에 엮인 비탄과 고통의 기억을 결코 지울 수 없다. 참사 현장이었던 맹골수도와 희생자들이 주검으로 돌아와 처음 안치된 땅, 팽목항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을 안고 있다. 그래서 ‘팽목 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여 전세계가 가슴 아픈 참사 현장을 보존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희생자 기림 공간 및 기억 이음 공간으로 ‘팽목 4·16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진도항 이용객의 쉼과 기다림의 공간을 통해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4·16을 기억하는 예술가와 방문객이 크고 작은 추모제와 문화제를 진행해왔다. 앞으로는 ‘팽목 4·16 공원’을 조성하고 ‘4·16 희생자 기림비’를 건립해, 팽목항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추념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를 기리며, 무엇보다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수많은 국민의 염원을 담은 공간이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희생자가 최초로 뭍으로 올라왔던 길과 희생자 안치 장소를 기억할 수 있는 표지석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공간은 ‘팽목 4·16 기록관’이 될 것이다. 방문객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팽목항에서 생성된 기록물에 대한 보존과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1천여명의 민간 잠수사의 구조 활동과 전국민이 함께한 통곡과 기다림, 봉사활동, 그리고 304명의 희생자 구조 과정과 당시 국내 언론 보도 및 정부 대응의 기록이 담겨야 한다. 또 세월호 인양 과정과 4·16 가족협의회가 동거차도 천막에서 보낸 1100일간의 기록, 생명 존중과 안전한 세상을 위한 다짐과 행동 등 모든 기록을 낱낱이 보존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도군에서는 서망항에 ‘해양안전관’을 세우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팽목항과 서망항은 현장이 다르다는 것뿐 아니라 접근성에도 문제가 있다. 적극적 행정을 펴야 할 진도군이 미온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진도군은 언론에 “유가족과 (지난해) 9월 철거에 합의했지만 일부에서 추모시설을 요구하며 분향소 철거에 맞서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 마치 세월호 참사에 대한 흔적을 지우려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가슴 아픈 참사 현장을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추모의 공간이자, 기억의 장소로 지켜내는 것이 ‘다크 투어리즘’(잔혹하고 비극적인 역사적 장소나 참사지역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안고 있는 빌헬름 기념교회,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기억, 독일 폴란드의 홀로코스트, 아물지 않은 상처 그대로가 있는 5·18 자유공원, 미국의 9·11 추모 박물관 등이 해당된다.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몰라도 ‘광주’를 기억하듯이 세월호 ‘안산’을 몰라도 ‘팽목항’은 기억하고 있다. 지금 팽목항은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라남도와 진도군은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해 올바르게 마주 보는 기억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개발 논리와 무게를 저울질하며 망각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만이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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