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밑에 정신질환 치료에 헌신해온 의사가 정신질환자에게 피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는 유족의 전언을 접하면서, 고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까워했다. 이제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받들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다. 우선 정신질환자 범죄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리 법질서는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전제하는 만큼,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누구든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가해자 처벌은 사회적 책임의 출발선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정신건강 상태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빈부격차로 인한 심한 박탈감, 소수의 승자만 부각되는 사회 분위기, 장애인과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으로 많은 사람이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 좌절, 모욕의 감정은 어느 사회나 있지만, 극단적인 감정 표출이 바로 국민의 열악한 정신건강 상태를 말해준다. 빙산처럼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이런 정신건강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정신질환과 무관하게, 유사한 사건은 재발할 것이다. 국민 일부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듯이 일부 정신질환자도 자살과 범죄로 좌절과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오히려 더 낮고,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제1항이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최우선 이념으로 설정한 것도 분노, 좌절의 감정을 관리·극복하도록 국민 일반을 교육·지원·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심리적, 정신적 손상에 대한 상담과 치료에 소극적이다. 만성화되어서야 비로소 병원을 찾는다. 정신질환을 일반질환과 차별하는 사회적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의 80% 이상이 폐쇄병동이고, 치료도 약물치료에 집중되고 신체 자유도 제한된다. 폐쇄공간에 가두어 약물치료만 하는 것은 환자 편에서 보면, 감옥에 갇힌 느낌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갇혀 있는 수용자가 느끼는 공포와 부정적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폐쇄병동 입원치료 경험자가 치료에 소극적인 것을 비난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건강복지법은 지역사회 치료와 자발적 입원을 우선하여 치료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다. 좋은 치료 환경, 인권친화적 치료 환경이 조기 개입, 조기 치료의 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국회의원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치료, 강제관리를 강화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신속히 국회에 제출하였다. 최근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법안은 모두 강제치료나 강제관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강제치료, 강제관리는 정신질환 낙인효과를 높여 치료 기피를 더 심화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최근 정신건강복지법의 취지를 실험해보고자 마련한 ‘정신질환자 절차보조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정신질환자의 입원 과정부터 퇴원 이후까지 동료 상담가의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절차보조사업의 시범사업을 전국 3군데(정신장애당사자단체 파도손, 재활시설 우리다움, 부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예산 6억원을 들여 막 시작했다. 약을 복용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정신질환자들이 비자의입원 환자들(강제입원 환자들)을 만나 사회 복귀에 대한 그들의 욕구와 희망을 경청해서 자기 옹호를 하도록 지원하고, 퇴원 뒤에는 당사자 네트워크를 형성해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정신질환 경험이 없는 이들보다 이해의 폭이 넓은 동료 상담가들이 직접 환자들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활동에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동료 지원 서비스를 입원 전 단계에서부터 퇴원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전국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정신질환자가 정신건강 복지서비스 제공 과정의 중심 주체로 참여하게 되면, 폐쇄병동을 없애고 개방병동으로 전환하는 것을 비롯한 치료환경 개선도 가능해지고 사회적 낙인도 최소화될 것이다. 그래야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 개입, 조기 치료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덧붙여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왜냐면 |
[왜냐면] 정신질환 동료 상담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 제철웅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밑에 정신질환 치료에 헌신해온 의사가 정신질환자에게 피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는 유족의 전언을 접하면서, 고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까워했다. 이제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받들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다. 우선 정신질환자 범죄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리 법질서는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전제하는 만큼,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누구든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가해자 처벌은 사회적 책임의 출발선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정신건강 상태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빈부격차로 인한 심한 박탈감, 소수의 승자만 부각되는 사회 분위기, 장애인과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등으로 많은 사람이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 좌절, 모욕의 감정은 어느 사회나 있지만, 극단적인 감정 표출이 바로 국민의 열악한 정신건강 상태를 말해준다. 빙산처럼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이런 정신건강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정신질환과 무관하게, 유사한 사건은 재발할 것이다. 국민 일부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듯이 일부 정신질환자도 자살과 범죄로 좌절과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오히려 더 낮고,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 제1항이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최우선 이념으로 설정한 것도 분노, 좌절의 감정을 관리·극복하도록 국민 일반을 교육·지원·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심리적, 정신적 손상에 대한 상담과 치료에 소극적이다. 만성화되어서야 비로소 병원을 찾는다. 정신질환을 일반질환과 차별하는 사회적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의 80% 이상이 폐쇄병동이고, 치료도 약물치료에 집중되고 신체 자유도 제한된다. 폐쇄공간에 가두어 약물치료만 하는 것은 환자 편에서 보면, 감옥에 갇힌 느낌일 것이다. 과거에 비해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갇혀 있는 수용자가 느끼는 공포와 부정적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폐쇄병동 입원치료 경험자가 치료에 소극적인 것을 비난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건강복지법은 지역사회 치료와 자발적 입원을 우선하여 치료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다. 좋은 치료 환경, 인권친화적 치료 환경이 조기 개입, 조기 치료의 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국회의원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치료, 강제관리를 강화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신속히 국회에 제출하였다. 최근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법안은 모두 강제치료나 강제관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강제치료, 강제관리는 정신질환 낙인효과를 높여 치료 기피를 더 심화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최근 정신건강복지법의 취지를 실험해보고자 마련한 ‘정신질환자 절차보조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정신질환자의 입원 과정부터 퇴원 이후까지 동료 상담가의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절차보조사업의 시범사업을 전국 3군데(정신장애당사자단체 파도손, 재활시설 우리다움, 부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예산 6억원을 들여 막 시작했다. 약을 복용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정신질환자들이 비자의입원 환자들(강제입원 환자들)을 만나 사회 복귀에 대한 그들의 욕구와 희망을 경청해서 자기 옹호를 하도록 지원하고, 퇴원 뒤에는 당사자 네트워크를 형성해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정신질환 경험이 없는 이들보다 이해의 폭이 넓은 동료 상담가들이 직접 환자들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활동에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동료 지원 서비스를 입원 전 단계에서부터 퇴원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전국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정신질환자가 정신건강 복지서비스 제공 과정의 중심 주체로 참여하게 되면, 폐쇄병동을 없애고 개방병동으로 전환하는 것을 비롯한 치료환경 개선도 가능해지고 사회적 낙인도 최소화될 것이다. 그래야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 개입, 조기 치료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덧붙여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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