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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31 17:12 수정 : 2018.12.31 19:50

조경환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 객원연구위원

청와대의 공직감찰과 그 한계, 민간인 사찰 이슈가 또다시 도마에 올라왔다. 일개 행정요원의 일탈이라는 말도 있고, 국정원 기능의 일부이던 것을 청와대가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파생된 풍선효과라는 말도 나온다. 시스템과 제도의 문제라는 지적이 그래서 더 깊게 그리고 이성적으로 다가온다.

서구 선진국들은 국체를 유지하는 국내정보기구를 예외 없이 두고 있다. 아랍국가들과 상시 대치 중인 이스라엘의 신베트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연방수사국(FBI), 영국의 국내정보국(MI5), 프랑스의 국내안보국(DGSI), 독일 연방헌법수호청 등. 그들은 예리하게 움직이는 국가 자산이다.

오바마 행정부 때 주미 공관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 한국계 인사가 펜타곤 고위직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동포신문의 1면을 장식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며칠 전 연방수사국 요원이 다녀갔다. 그 내정자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미국의 이익을 택할 인물인지, 그와 배우자의 영리 행위에 문제는 없는지를 살펴보고자 함이었다. 예감은 불길했고 발탁은 무산되었다. 이것 말고도 연방수사국은 통상적 일에 손발이 묶인 검경으로는 커버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영역에서 소리 없이 절제되어 움직이고 있다.

사실 국정원법상으로도 대공, 대정부전복, 대테러, 방첩 및 국제범죄의 5가지를 열거하여 국내정보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정권에서 국내 기능을 오남용했고 심지어 사용(私用)했다. 그래서 현 정부는 그런 기능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정보기관은 국민의 거울이다. 국가마다 그 역사와 기능은 천차만별이지만 국민 신뢰가 존립의 근거임은 같다. 국정원 적폐청산은 그래서 자업자득이며 불가피했다. 그렇다면 이제 제도 개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능을 조정할지, 독립시킬지, 이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 멈추었다.

새 집을 당장 짓지 못하면 개보수라도 해야 하고 헌 칼은 벼려서 써야 한다. 국가 기능은 한시도 멈추어 있을 수 없다. 국정원이 법 개정만 쳐다보고 있다면 직무유기다. 먼저 내부의 무기력과 무책임의 심연을 보고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집단지성이 중시된다. 더 개방적이고 인지적이며 신속 반응하고, 혁신네트워크를 선뜻 받아들이는 정보공동체를 형성하면 할수록 성공을 더 확신하는 환경을 말한다. 새 역량이 조직 곳곳에 계속 수입, 소개되고 생산되어야 한다. 조직은 이런 재생 과정을 한번 늦추게 되면 이내 석화되고 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국정원이 불행을 반복하는 것은 집단지성이 형성되는 시스템은 무너지고 집단사고에 빠진 데서 비롯된 측면이 상당하다. 리더 1인 지배의 로열티와 응집력을 중시하는 비밀조직인 국정원은 집단사고가 통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는 줄곧 집단무능으로 이어지며, 그 책임은 오롯이 원장 몫이다. 내부에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이루어 집단지성을 살려내는 것이 개혁의 항구성을 보장하는 요체일 것이다.

아울러 직원들의 일탈을 제어하며 직무범위를 엄격히 관리할 중앙정보국(CIA) 식의 감사총장제(Inspector General)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정보위 승인을 얻어 임명하며, 대통령만 면직권을 갖게 한다. 독립적으로 회계검사·조사·공작정보활동 평가 및 내부 감찰을 하고 정보위에 보고한다.

국정원의 순기능은 바로 세워 더 이상의 소모적인 비용 지불이 없어지길 새해 벽두에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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