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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6 18:48 수정 : 2018.12.26 19:22

현창택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올해 들어서도 경북 영천시 중앙선 공사현장 거푸집 추락 사고(1월), 당진~대전고속도로 교각점검계단 추락 사고(5월), 세종시 공사현장 화재(6월), 서울 금천구 공사현장 흙막이 붕괴(8월), 서울 동작구 공사현장 흙막이 붕괴(9월) 등 한달이 멀다 하고 건설공사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에서의 산재사망률은 매우 심각하며, 국내의 건설안전관리 수준(2013~17년 건설업 사망만인율 평균 1.768)을 영국의 수준(2015년 건설업 사망만인율 0.162)과 비교하면 그 수치가 10여배에 이른다. 특히 최근 5년간 재해자 발생 현황을 보면, 비건설업의 재해는 점차적으로 감소(-5.9%)하고 있지만 건설업은 지속적으로 증가(8.7%)하는 추세다.

정부에서 건설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각종 안전대책을 제시하고 실행했음에도 건설공사의 안전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원인만 들더라도 발주자의 책임에서 벗어난 시공자(원수급자) 중심의 안전관리체계,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공사기간 산출 및 공사비 책정, 발주자의 책임의식 및 전문성 부족, 대형 공사 위주의 안전관리제도, 소규모 공사 및 민간 공사 등 안전사각지대 존재, 다원화된 안전관리체계, 사회 전반의 준법의식 및 안전의식 수준 미흡 등이 있다.

국내 건설 안전 및 품질관리 문제는 낮은 설계품질, 비현실적인 용역비 및 공사비 등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고질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개별 문제 측면이 아닌 건설산업 전반의 정책, 의식, 체계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건설 안전 및 품질관리 문제는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당면 과제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즉,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설물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를 아우르는 전 생애주기 동안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건설 안전관리 전담기관이 필요하며, 분산되어 있는 시설물 안전관리체계의 일원화와 공공성 강화가 시급하다. 법령에 명시된 건설 안전 및 품질관리 관련 업무를 명확하게 정립하고, 이 중 국가가 책임지고 검토·관리할 필요성이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건설 안전 및 품질관리 전담기관이 주도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적 기능이 부여된 건설 안전 및 품질관리 전담기관이 체계적인 계획하에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수행 여건이 구축되어야 한다.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공공전문기관을 지정·육성하여 건설 안전 및 품질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여러 전문기관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재정립하는 등 수행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도 건설재해 예방을 위하여 여러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왔으나 지금까지의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데이터로 입증됐다. 이제 미봉적인 대책에 머무르지 말고, 건설재해의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여 건설 안전과 품질관리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 전환과 함께 과감한 결단을 내려서 재해 없는 건설공사현장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건설공사 중에 재해를 당하는 노동자의 수가 매해 2만5천여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 또한 500명을 넘는 현실은 결코 묵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우리의 형제이고 부모이고 자식이고 이웃이다. 이들이 건설재해로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거나 심지어 고귀한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건설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매해 500명이 넘는 이웃의 죽음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이제 우리가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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