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회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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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소원면 사라실길 자기소개서를 쓴다. ‘자신의 성격’을 적는 곳에 ‘조직에 적응을 잘하고 팀원들과 친하고 원만하게 잘 지냅니다’라고 쓰려다가, ‘아냐, 이건 내 성격이 아니잖아’ 생각하면서 다시 수정한다. 내 성격은 극히 내성적이다. 그러니 날 쓰려면 쓰고, 말 거면 말아라. 결국 나의 자소서는 이렇게 수정되었다. ‘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팀원들과 친해지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또한 사람이 많은 술자리 회식을 싫어하고, 집에서 혼자 에너지를 충전하여 그 에너지로 다음날 일하기 때문에, 퇴근 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딱 두가지다. 우선 취업에서, 사회에서 ‘성격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다. 우리는 사회적 차별에 민감하고 관심이 있다. ‘성차별, 장애인 차별, 인종 차별….’ 다 알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성격 차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말이 없고 조용하다고 안 좋게 본다. 그런 성격은 빨리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를 활발하게 만들어준다는 캠프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내성적인 게 병인가? 전혀 아니다. 그냥 성격의 한 유형일 뿐이다. 성격은 ‘유전’이다. 비만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는데, 성격이 유전된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성격은 타고난 성질로 그리 쉽게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유연하게 변화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늘였다 줄였다 하는 고무줄처럼 한꺼번에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두번째 이유는, 우리 같은 내성적인 사원들도 조직에 적응하려고 노력할 것이니 회사 사장이나 상사, 팀원들도 우리를 이해하고 배려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나의 첫 직장은 불행했다. 팀원들과 생각이나 성격이 너무 달라 더 이상 잘 지낼 수도 없고, 일을 하는 데에도 지장이 있다고 판단하여 퇴사했다. 그 생각 차이라는 것이 바로 ‘친해져야 일하기 즐겁고 편하다’는 데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과연 그게 일하는 데 필수 조건일까? 아니다. 적당히 거리감이 있어도 좋다. 서로 예의를 갖추고, 개인의 개성과 성격의 차이만 이해하면 그 정도로 충분하고 ‘일’하는 데 지장이 없다. 왜 꼭 회사에서까지 인간관계가 좋아야 하나? 대부분의 내성적인 사람들은 ‘회식’에서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기 어렵다. 나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겠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제일 오해하는 것이 내가 회식을 빠지면 친해지기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친해지고 싶지만 여러 사람이 모인 회식에 가면 왠지 나도 모르게 기가 약해진다. 내 관심사도 아닌 얘기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진다. 어느새 멍 때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때 누군가 한마디 한다. “유진씨는 왜 이렇게 말이 없어?” 나는 그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하지 않을 뿐이다. 이런 사람을 회식 자리에 앉혀놓고 상처 주는 말을 날릴 바에는 그냥 서로 편하게 일찍 집에 보내줬으면 한다. 그럼 나 같은 내성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또는 회사 사장과 상사는 신입사원이 내성적이고 조용해서 조직에 적응하는 데 어려운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는 일대일이나 2~3명 정도로 구성된 모임을 하는 것이 좋다. 어지럽고 어수선한 회식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하다. 내성적인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상대가 적기 때문이다. 그럼 그 조용한 신입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어느새 자신의 생각, 얘기를 술술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점차 팀원들과 친해지고 회사 내에서도 유연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내성적인 직장인들에게도 당부드리고 싶다. 기시미 이치로의 <나를 사랑할 용기>라는 책에 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직장 내 인간관계를 사생활로까지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프라이빗(private)의 어원은 ‘빼앗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프리바레(privare)다. 자신의 사생활은 스스로 쟁취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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