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고, 대한민국의 고3 교실은 텅 비어 있다. 학생들을 교실 안에 붙잡아둔 단 하나의 명분이었던 수능시험이 그 효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학생을 붙잡을 명분을 잃어버린 학교들은 이 고역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궁여지책을 동원한다. 여름방학 일수를 줄여 2학기를 일찍 시작하고 겨울방학을 앞당기는 방법을 쓰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개인이 쓸 수 있는 최대한도 내에서 개인 체험학습을 쓰도록 한다. 이것이 학교에도, 학생에게도 최선이라고 서로 동의한 것이다. 이마저도 하지 않는 학교들은 애써 계획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는 교사들과 참여하지 않으려는 학생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에 몸살을 앓는다. 갈등 끝에 무단결석을 선택하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대입이 아니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교실, 이것이 입시에만 매몰된 우리 교육의 민낯이다. 입시 중에서도 수능시험은 특성화고등학교를 제외한 대부분 고등학교의 교실을 지배한다. 학교는 수능시험 교과에 맞추어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학생은 수능에 맞춰 과목을 선택한다. 놀라운 것은 수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일반고 교실에서 수능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보통 5명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5명을 말하면 너무 많이 잡았다는 핀잔을 듣는다. 현실이 이런데도 수능을 준비하는 몇몇 학생을 위해 수능 대비 수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수능 점수가 필요 없는 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어서 그냥 엎드려 자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교사들은 자는 학생들을 그냥 두는 선에서 타협을 하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능을 준비하는 교실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투명인간처럼 살고 있으며, 모두가 배움에 참여하는 교육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가령 시의 구절들이 던지는 ‘나’와 ‘세상’에 대한 질문들은 수능을 준비하든 안 하든 누구에게나 필요한 수업일 것이다. 그러나 수능을 준비하는 교실에서 한가하게 학생 각자가 감상 타령을 할 여유는 없는 것이다. 수능은 학생들이 가진 수많은 능력 중 한두가지를 제외한 모든 것을 무용하게 만들어 버린다.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교사가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교과 수업을 수능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서, 모든 학생이 각자의 재능과 능력에 따라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운영과 기록의 부담에도 교사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던 이유도, 학생들이 각자의 의미를 찾아 만들어온 학교생활의 과정이 대입으로 연결되면서 교육과정과 수업의 변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교과의 본질에 충실한 수업을 하고 난 결과들은 그것 자체로 학생 각자에게 의미를 갖게 되고, 그것을 입시에 활용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진점옥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지난달 12일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시험지 유출 사건의 수사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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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대입제도 개편방향’
<편집자주> 올 한해도 대입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으로 인해 대입 수시 전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확대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이른바 ‘불수능’으로 출제되면서 앞으로 수능이 사교육을 더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랐다.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수시 전형도 정시 전형도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온전히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불신만 커진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달 11일 교육부의 2019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런 여론을 의식하며 “교육에 공정성과 투명성,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더 큰 개혁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대입제도 개편 방안과 관련해, 각기 정시 확대와 수시 보완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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