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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7 18:08 수정 : 2018.12.18 09:41

양원근
전 KB금융 부사장·경영학박사

내년 우리 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논쟁이 계속된다. 경제위기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위기와 함께 오는 심각한 불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지면 기업 파산이 많아지고 실업이 넘치며 수많은 가계가 고통을 당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꺾일 것으로 전망되어 국외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성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수요 역시 불확실해졌다.

그래도 경제위기가 외환위기 때처럼 대기업 부실에서 시작할 것 같지는 않다. 재무구조가 튼튼해 어려움을 이길 여력이 크기 때문이다. 1997년 1000대 상장사 평균 부채비율은 589%였으나 올해 174%로 개선되었다. 특히 100대 상장사 평균 부채비율은 100% 아래다.

부동산가격 하락 및 대규모 가계부채가 위기의 트리거로 거론되기도 한다. 일본, 미국, 스페인, 1990년대 북유럽 3국에서 경제위기 전후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했으니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는 집값 상승과 궤를 같이했다.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은 아파트는 표준화되고 거래도 많아 은행 대출에 최적의 담보가치를 지녔다. 은행은 주저없이 가계에 자금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했고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전세제도는 갭투자라는 독특한 주택투기시장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약 4년 전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며 주택시장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하는 길을 열었다. 이후 주택 투기자, 은행, 건설회사 등 모두가 만족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끊임없이 오를 수는 없다. 일본 부동산은 은행, 기업 부실이 동반되며 고통스러운 소화 과정을 거쳤다. 이것이 청년, 서민들의 주거비 안정으로 이어져 최근 경제활력 조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은행과 기업의 여력이 있으니, 어느 정도 소화 과정을 감내할 수 있다. 그리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면 된다.

경제위기설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또한 혹하게 한다. 인간의 본성은 낙관론보다는 생존을 위해 위기를 경계하는 비관주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간은 같은 금액의 이익에서 오는 만족보다 손실의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낀다. 손실 가능성에 질색한다. 여기에 비관적인 기사에 더 크게 반응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미디어의 경쟁이 위기설을 증폭한다. 어느 순간 모두가 불안으로 잠을 이룰 수 없도록 몰아간다. 물론 위기에 대한 경계심이 어느 정도까지는 혁신과 개혁에 자극이 된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자기실현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고도성장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2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3만달러 달성 시 평균 경제성장률은 2.5%였다. 고도성장에 익숙해서 과거와 같이 투기로 대박이 안 난다고 위기론에 솔깃할 필요는 없다.

미래학자 다이어맨디스와 코틀러는 경제활동 여력이 없던 전세계 40억 저소득층이 소액금융, 인터넷, 무선통신기술 등에 힘입어 시장에 편입되면서 경제적 풍요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투자가 짐 로저스가 지적한 대로 북한이 개방되면 한반도는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 될 수도 있다. 계층과 지역의 새롭게 열리는 시장의 기회를 보며 본능을 거슬러 때로는 낙관적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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