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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2 19:40 수정 : 2018.12.13 12:45

’보유세강화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위한 대통령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한겨레> 12월5일치에 쓴 ‘부동산 정책, 묘수가 과하면 바둑을 망친다’는 칼럼을 읽고 우려가 들어 이 글을 쓰게 됐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강화라기보다는 “1주택자들의 추가 매수를 막는 조처”라는 그의 진단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가 주택대출 규제가 너무 과하다는 인식을 보인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가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잘 모르거나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

우선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 때 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한 것과 관련해 “엘티브이 40%를 갖고 장기임대사업을 하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우리 연구소가 서울 전역 2810가구 아파트의 부채 실태를 조사해보니 주택대출이 있는 아파트의 경우 주택대출과 전세금 합산액이 집값의 70~80% 수준이었다. 엘티브이 한도가 40%여도 전세를 끼고 자기 자본 20~30%만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흔하다는 뜻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 상당수가 이런 식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엘티브이 40%가 그토록 과도한 규제일까.

그는 또한 “지금처럼 주택값이 높은 마당에 젊은 세대 중 그럴 만한 돈을 갖고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역시 엘티브이 40% 규제가 과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몇년간처럼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는 주택시장에서 젊은 세대가 과도한 대출을 얻어 집을 사게 하는 게 바람직할까. 최경환 전 부총리 때 엘티브이를 대폭 완화해서 집을 사게 한 결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대폭 상승했다. 그 결과 젊은 세대가 집을 사기는 더 어려워졌다. 대출규제를 완화해서 무리하게 집을 사게 하기보다는 대출규제를 강화해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젊은 세대들에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그렇다고 과거에 엘티브이 40%로 강화했을 때 큰 문제가 생겼는가. 2006년 하반기에 엘티브이 규제를 은행과 보험업계까지 40%로 강화했다. 그 무렵 도입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함께 당시 폭등하던 집값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대출 건전성을 강화한 덕에 2008년 금융위기가 왔을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그는 석달 전에는 <한겨레> 칼럼(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늪에 빠졌다)에서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에 매우 소극적이라고 질타했다. 당시에 그는 느슨한 소득 기준 대출규제를 근거로 언급하기는 했다. 하지만 엘티브이를 완화하면 소득 기준 대출 비율도 높아지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모르고 이번에는 강화된 엘티브이가 과도하다는 것인가.

그의 주장대로 정부가 9·13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에서 기존에 1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의 대출을 사실상 막은 것은 극약 처방의 성격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었고, 이후 겨우 집값이 잡히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 처방에 따른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 더구나 주 전 대표가 걱정하듯이 저체온증을 염려할 단계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조금 떨어졌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금방이라도 부동산 투기 에너지가 규제 빈틈을 찾아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 올해 지방선거 전 몇달간 주춤하던 서울 집값이 지방선거가 끝나고 ‘종이호랑이’ 종부세 개편안이 발표되자 급등세로 돌아선 것만 봐도 그렇다. 집값이 좀 잡혔다 싶어 섣불리 정책을 조정해 집값이 다시 뛰면 더 큰 극약 처방을 내려야 한다.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지금은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는 방향으로 약간 과한 게 낫다. 정책에도 타이밍이 있지만, 벌써부터 주택시장의 저체온증을 염려하며 9·13 대책 다음을 준비하라는 그의 칼럼도 너무 때 이른 주문이다.

정작 9·13 대책 이후를 준비할 내용은 따로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단기 시장대응책 위주였는데, 이제는 미진했던 중장기 개혁과제들을 추진해야 한다. 미온적인 후분양제 ‘유도 방안’에 그칠 게 아니라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지연되고 있는 임대차시장 개혁과 더불어 시세와 괴리가 큰 공시가격 현실화를 포함한 보유세 개혁 등도 본격 추진해야 한다. ‘촛불혁명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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