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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2 19:36 수정 : 2018.12.12 19:44

2016년 11월30일, 유네스코가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함으로써 제주해녀의 삶이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일본까지 바깥물질 가셨던 나의 할머니 이야기, 13살에 부친을 여읜 후 생계를 위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태평양 파도에 테왁을 들고 뛰어들었던 나의 어머니 이야기. 제주 여성에게 낯설지 않은 이런 이야기가 값진 문화유산으로 담기게 된 것이다.

해녀 등 제주도의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문화재청 등 중앙정부 관계자들, ‘해녀의 노래’를 만들어준 재일교포 작곡가, ‘바다를 담은 소녀’라는 노래를 글로벌레이블로 내었던 성악가 등등, 우리의 해녀를 사랑한 많은 이들의 콜라보로 일본 아마를 제치고 제주해녀문화가 세계적 타이틀을 받게 되었다. 등재 이후 제주해녀 개개인의 자존감은 높아졌고, 도청 해녀전담부서 설치와 ‘제주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5개년 계획’ 수립 등 다양한 시책이 이루어졌다. 또한 해녀들이 물질 후 차가워진 몸을 녹이고 소통했던 불턱의 현대적 재창조로서 해녀협회가 작년 4월 설립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책에도 문화유산의 근간이 되는 해녀공동체의 존속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1970년 1만4100명이었던 제주해녀는 지난해 말 현재 3985명으로 감소했고, 50살 미만 해녀는 64명에 그치고 있다. 신규 해녀의 확보가 관건인데, 통상 언급되는 진입장벽 완화는 공동체 관계, 경제적 이해관계 등이 얽혀 있어 신뢰할 만한 중재자를 통하지 않고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성 어촌계장이 있는 몇몇 마을은 화끈하게 외지 출신 신규 해녀를 받아주고 있어 긍정적인 변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또한 30대 채지애 해녀의 말처럼 “바다의 자원을 우선적으로 지켜야만 해녀들도 늘어나고 가치도 키울 수 있다”. 기후변화로 소라, 우뭇가사리 등의 채취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소득 감소는 해녀 입어를 위축시키는 요인임을 고려할 때, 소득보전 대책과 함께 해양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

또한 해녀문화의 주체로서 해녀공동체를 중심에 두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녀가 해녀축제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와 같이 진정성에 기반한 문화 콘텐츠가 만들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 연구논문에서 해녀가 제안했듯이, 불턱을 재현하여 해녀의 도구인 테왁이나 물허벅 장단에 맞춰 노래 솜씨를 겨루거나, 해녀공동체 문화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연극이나 콩트 등을 축제의 내용으로 생각해봄직하다. 이와 함께 선의의 해녀정책이라도 해녀공동체의 뜻을 반영하여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경제적 걱정을 덜어주고자 2017년 9월부터 지급한 현업 고령 해녀 수당이 고령 해녀로 하여금 건강이 안 좋아도 무리하게 물질하게 하여 안전사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를 담은 콘텐츠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해녀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콘텐츠를 새롭게 다듬어가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상군 해녀의 통솔문화에서 여성 리더십을 재발견하고 초연결사회에서의 급작스러운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과 회복 능력을 일깨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뉴욕 타임스>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최초 워킹맘으로서 제주해녀들의 생애사를 재조명한다면 새로운 한류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6월에 제주를 방문한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조언해주었듯, 우리가 제주해녀문화를 보존과 경제개발이 조화된 지속가능개발의 사례로서 컨텐츠를 개발하고, 관광·교육·과학을 융합한 사례를 만들고 전세계에 잘 알리기 위한 심호흡이 요구되는 때이다.

오성익 국토교통부 과장·고 강유생 해녀의 손자·고경순 해녀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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