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달 7일 서울 종로구의 어느 고시원에서 불이 나 대부분 40~60대인 일용직 노동자 7명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이들이 지친 몸을 누일 곳이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 말고는 없었을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해왔다. 그런데 지난 9월 서울시는 2018년도 3차 주택매입 공고를 내면서 강서구와 강북구, 도봉구, 양천구 신월동, 중랑구, 성북구 등 6곳을 ‘매입 자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6개 자치구에는 공공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겨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저소득층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문제의 원인을 지역민의 이기주의로 돌렸다. 그러나 그렇게만 봐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2016년 기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의 가구 수 대비 매입임대주택의 재고량을 살펴보면, 매입 자제를 요청한 6개 자치구가 모두 상위 10개 자치구 안에 들어간다. 자치구의 규모(가구 수)에 견줘 이미 다른 지역보다 많은 매입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4개 구(도봉·강북·강서·성북)는 상위 6개 자치구에 포함된다. 수급자 등에게 우선 공급되는 두 유형(영구임대·매입임대주택)을 합산해 가구 수와 비교해 봐도 매입 자제를 요청한 6개 구 중 4곳(강서·강북·중랑·도봉)이 상위 6곳 안에 들어간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6개 구의 매입 자제 요청은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치구들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는 데 따른 사회복지 영역의 행정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 여기에 지역민들의 님비현상이 더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자치구는 따로 있다.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 재고량 대비 수급가구 비율을 계산해보면, 강서구는 141.30%로 모든 수급가구가 입주하고도 남을 만큼 공공임대주택이 많지만, 용산구는 1.14%로 수급가구 100가구 중 99가구는 입주할 수 없다. 이 비율이 5% 미만인 자치구는 성동·영등포·용산·종로·중구 등이다. 물론 이들 지역은 서울의 전통적 도심이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적절한 부지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찾더라도 지가가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돈이 든다. 이들 지역엔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거취약계층이 고시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혹자는 다른 지역에 살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서울은 가난한 시민은 살아서는 안 되는 곳인가. 전 국민은 소득 순서대로 살 곳을 정해야 하는가. 선거에서 공공임대주택은 ‘몇만호’인지에만 주목할 뿐,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고 분배되는지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예산으로 숫자를 맞추는 데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지역별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편향되어 있다면 비용 효율성 말고 다른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컨대 자치구별로 매입임대주택 매입의 최소 쿼터를 두거나 더 적극적으로는 자치구 내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을 수급가구의 50% 선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도심 지역의 공급단가를 높이고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한 특정 자치구에서 우선 매입하는 등의 장치가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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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고시원 화재참사와 공공임대주택 매입 자제 요청 / 황서연 |
황서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달 7일 서울 종로구의 어느 고시원에서 불이 나 대부분 40~60대인 일용직 노동자 7명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이들이 지친 몸을 누일 곳이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 말고는 없었을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해왔다. 그런데 지난 9월 서울시는 2018년도 3차 주택매입 공고를 내면서 강서구와 강북구, 도봉구, 양천구 신월동, 중랑구, 성북구 등 6곳을 ‘매입 자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6개 자치구에는 공공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겨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저소득층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문제의 원인을 지역민의 이기주의로 돌렸다. 그러나 그렇게만 봐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2016년 기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의 가구 수 대비 매입임대주택의 재고량을 살펴보면, 매입 자제를 요청한 6개 자치구가 모두 상위 10개 자치구 안에 들어간다. 자치구의 규모(가구 수)에 견줘 이미 다른 지역보다 많은 매입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4개 구(도봉·강북·강서·성북)는 상위 6개 자치구에 포함된다. 수급자 등에게 우선 공급되는 두 유형(영구임대·매입임대주택)을 합산해 가구 수와 비교해 봐도 매입 자제를 요청한 6개 구 중 4곳(강서·강북·중랑·도봉)이 상위 6곳 안에 들어간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6개 구의 매입 자제 요청은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치구들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는 데 따른 사회복지 영역의 행정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 여기에 지역민들의 님비현상이 더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자치구는 따로 있다.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 재고량 대비 수급가구 비율을 계산해보면, 강서구는 141.30%로 모든 수급가구가 입주하고도 남을 만큼 공공임대주택이 많지만, 용산구는 1.14%로 수급가구 100가구 중 99가구는 입주할 수 없다. 이 비율이 5% 미만인 자치구는 성동·영등포·용산·종로·중구 등이다. 물론 이들 지역은 서울의 전통적 도심이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적절한 부지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찾더라도 지가가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돈이 든다. 이들 지역엔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거취약계층이 고시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혹자는 다른 지역에 살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서울은 가난한 시민은 살아서는 안 되는 곳인가. 전 국민은 소득 순서대로 살 곳을 정해야 하는가. 선거에서 공공임대주택은 ‘몇만호’인지에만 주목할 뿐,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고 분배되는지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예산으로 숫자를 맞추는 데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지역별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편향되어 있다면 비용 효율성 말고 다른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컨대 자치구별로 매입임대주택 매입의 최소 쿼터를 두거나 더 적극적으로는 자치구 내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을 수급가구의 50% 선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도심 지역의 공급단가를 높이고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한 특정 자치구에서 우선 매입하는 등의 장치가 수반돼야 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달 7일 서울 종로구의 어느 고시원에서 불이 나 대부분 40~60대인 일용직 노동자 7명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이들이 지친 몸을 누일 곳이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 말고는 없었을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해왔다. 그런데 지난 9월 서울시는 2018년도 3차 주택매입 공고를 내면서 강서구와 강북구, 도봉구, 양천구 신월동, 중랑구, 성북구 등 6곳을 ‘매입 자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6개 자치구에는 공공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겨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저소득층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문제의 원인을 지역민의 이기주의로 돌렸다. 그러나 그렇게만 봐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2016년 기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의 가구 수 대비 매입임대주택의 재고량을 살펴보면, 매입 자제를 요청한 6개 자치구가 모두 상위 10개 자치구 안에 들어간다. 자치구의 규모(가구 수)에 견줘 이미 다른 지역보다 많은 매입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4개 구(도봉·강북·강서·성북)는 상위 6개 자치구에 포함된다. 수급자 등에게 우선 공급되는 두 유형(영구임대·매입임대주택)을 합산해 가구 수와 비교해 봐도 매입 자제를 요청한 6개 구 중 4곳(강서·강북·중랑·도봉)이 상위 6곳 안에 들어간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6개 구의 매입 자제 요청은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치구들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는 데 따른 사회복지 영역의 행정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 여기에 지역민들의 님비현상이 더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자치구는 따로 있다.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 재고량 대비 수급가구 비율을 계산해보면, 강서구는 141.30%로 모든 수급가구가 입주하고도 남을 만큼 공공임대주택이 많지만, 용산구는 1.14%로 수급가구 100가구 중 99가구는 입주할 수 없다. 이 비율이 5% 미만인 자치구는 성동·영등포·용산·종로·중구 등이다. 물론 이들 지역은 서울의 전통적 도심이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적절한 부지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찾더라도 지가가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돈이 든다. 이들 지역엔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거취약계층이 고시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혹자는 다른 지역에 살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서울은 가난한 시민은 살아서는 안 되는 곳인가. 전 국민은 소득 순서대로 살 곳을 정해야 하는가. 선거에서 공공임대주택은 ‘몇만호’인지에만 주목할 뿐,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고 분배되는지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예산으로 숫자를 맞추는 데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지역별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편향되어 있다면 비용 효율성 말고 다른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컨대 자치구별로 매입임대주택 매입의 최소 쿼터를 두거나 더 적극적으로는 자치구 내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을 수급가구의 50% 선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도심 지역의 공급단가를 높이고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한 특정 자치구에서 우선 매입하는 등의 장치가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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