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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1 18:20 수정 : 2018.11.22 13:31

이문수 서울남산초등학교 교장

2019학년도 대입수능이 끝났다. ‘불수능’이라 한다. 국어 31번 문항, 동서양 천문이론을 결합한 지문을 낸 문항이 역대급 최고난도 문제란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학생은 누구일까? 특목고 학생, 자사고 학생, 일반고 학생…. 미안하지만 일반고 학생은 아닐 듯싶다. 불수능일수록 일반고 학생에게는 불리한 것이 수능이라 생각한다.

최근 서울 강남 ㅅ여고 문제 유출 사태를 계기로 수능 확대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고등학교 성적관리 부실 의혹을 제기하며, 학종을 줄이고 수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대입제도와 학교 성적관리는 밀접하지만, 성적관리 부실을 구실로 수능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온당치 못하다. 수능을 확대하면 성적관리 부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성적관리를 투명하게 한다고 대입제도가 잘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에 성적관리와 대입제도 개선은 각각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주장과 달리, 수능 확대는 대치동 학원가를 휘돌 수 있는 가정, 특목고나 자사고를 보낼 수 있는 가정에 유리하다. 특목고나 자사고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많다. 내신 경쟁도 치열하다. 내신 경쟁에서 처진 학생들이 대치동 학원가 등을 돌며 수능 준비에 집중하여,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할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결국 수능 확대는 부유층 자녀가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티켓을 한장 더 줄 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수능 확대야말로 ‘금수저 전형’이자 ‘강남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또 수능 확대 주장은 고등학교 교육과 교사 전문성을 불신하는 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학교를 학교로, 교사를 교사로 보지 않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일반 고등학교 교육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수능 확대 주장에는 학종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정말 그런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당 40명 이상의 교사가 평가를 한다. 그 평가 내용 및 결과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다. 3년에 걸쳐 40여명의 교사가 산출한 결과가 대부분 의혹투성이고, 불공정한 것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오히려 학생당 40여명의 교사들이 평가한 내용을 통해, 학생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판별할 가능성이 더 높다. 현 상태에서 학생의 성장과 발달 상황을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일 수밖에 없다. 이를 바탕으로 대입전형을 치르는 것이, 부모의 배경이 영향을 끼치는 수능 단판승부보다 훨씬 공정하고 타당할 것이다.

부디 ㅅ여고 사태를 수능 확대와 연결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특정 계층과 특정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대입전형은 줄여 마땅하다. 이번 수능에서 보았듯이, 국어 31번 문항은 상위권 수험생에게도 어렵다. 변별하기 위한 문항이기 때문이다. 소위 명문대에 안정적으로 입학하기 위해서는 꼭 맞혀야 하는 문항이기도 하다. 1~2점 차이로도 대학교가 바뀔 수 있는 게 수능이다. 이는 1점이라도 더 따려는 수험생들을 ‘미친 경쟁’으로 내몬다. 또 재력을 바탕으로 이 학원 저 학원으로 학생을 돌릴 수 있는 가정과 교육과정이 입시위주로 특화된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 수능을 확대하면 할수록 이런 상황은 악화할 것이다. 결국 수능 확대는 기대와 달리 대입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고등학교 3년간 누적 기록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종이 더 공정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다. 물론 학종에도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지난 10여년간 문제점을 꾸준히 줄이고 보완해왔다. 하루아침에 학종을 줄이기보다는, 지속적인 개선을 거쳐 학종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온 집안이 사력을 다해야 하는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한편, 일반학교 학생의 입학 기회를 넓히고 가정의 배경이 입시에 작용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학종을 확대해야 한다. 학종 확대야말로 경제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교육이 희망이 되는 사다리를 복원하는 길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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