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
한겨레 그래픽 - 김지야
|
[왜냐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택시에도 이롭다 / 이태희
이태희 벅시(BUXI) 대표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의 갈등이 이달로 1년을 맞았다.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정부와 택시 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카풀 허용 범위에 대해 택시 업계와 정부(국토교통부)의 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택시 업계는 ‘하루 횟수를 2차례로 제한하고, 재직증명서를 통해 기사 신분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고, 국토부는 ‘카풀을 합법화하는 대신 횟수를 제한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 직접 관리감독 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 시점(7월22일)에 “공유경제를 육성하고 규제개혁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쯤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 현장을 찾는 행사의 일환으로 모빌리티 업체를 방문할 것이란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그 이후 모든 논의는 중단됐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서로 다른 시각, 특히 공유경제와 승차 공유 문제에 대한 갈등이 원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유가 어찌 됐든 지금 남은 것은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의 갈등뿐이다.
자본주의 발전은 기업의 성장을 전제로 한다. 기업의 성장은 기술혁신이 바탕이 된다. 기술혁신으로 늘 이익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발생한다. 그 결과 사회 갈등이 발생한다. 기술혁신과 국가 융성을 같이 이루는 나라는 정부와 정치가 그런 사회적 갈등을 잘 해결하는 나라다.
택시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스마트폰 기반 교통플랫폼(이하 플랫폼)에서 카풀이 활성화되면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줄어들고, 가뜩이나 힘든 택시 업계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한다. 그러나 카풀에 대한 정부 논의와 사회적 합의는 전업화 방지로 잡혀가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대로 제한적인 자가용 카풀이 이뤄진다고 택시는 망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에는 택시의 공급보다 타려는 수요가 많으니, 카풀이 그 모자란 공급을 대체하는 방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택시는 지금 이대로 내버려두면 더 어려워진다. 법인택시를 운영하는 회사 대표들을 만나 대화해보면 “변화가 필요한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택시가 살려면 더 많은 택시 상품을 제공하고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 업계와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택시를 타서 기사들과 이야기해보면 “카카오택시 덕분에 소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발간한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카카오택시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은 2015년에 월평균 41만원이었지만, 2016년 64만원, 지난해 81만원, 그리고 올해 1~8월 기준 96만원으로 늘어났다. 이게 플랫폼의 긍정적 효과다.
지금 한국에서는 ‘일자리 지키기’란 명분을 내세워 기술혁신의 도입을 막는 ‘디지털 쇄국’이 이뤄지고 있다. 카풀을 반대하는 이들은 ‘카풀이 혁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맞다. 카풀은 혁신이 아니다. 카풀은 전체 혁신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혁신은 플랫폼을 통해 전체 교통산업의 경쟁력이 발전하는 것이다. 혁신은 택시도 살고, 한국 모빌리티 산업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데 있다. 또한 플랫폼을 비판하는 논리 중에 부업형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만 만드는 방향이란 주장도 있다. 기사가 운전해주는 렌터카 방식에 기반한 ‘벅시’(BUXI)나 ‘타다’ 등의 모델을 이용하면 월 3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플랫폼에서 더 다양한 택시 상품, 렌터카 상품이 만들어지면 운전기사들의 일자리 질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지금 택시는 월 150만원 수준의 가장 열악한 일자리다. 그 수익을 두배, 세배로 올릴 방안이 필요하다. 2016년 기준 한국의 택시 시장은 8조원 규모다. 이 시장을 30조원, 40조원 규모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해법이 나온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지지한다. 사람이 먼저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혁신을 일으키고, 혁신의 이익을 혁신의 결과로 피해를 보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플랫폼 경제를 두고 이 정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이익을 독점한다’는 지적을 한다. 그 결과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들어올 수 없게 막고 있다. 이런 상황이 ‘쇄국’이다. 한국 사회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기업은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서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정부와 정치는 그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지난 1년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었다”며 “함께 잘 살기 위한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추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대로, 혁신(적으로) 성장하고, 공정(하게 그 이익을 나누는) 경제를 실현해가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해법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