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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4 18:07 수정 : 2018.11.15 09:52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

한겨레 그래픽 - 김지야
승차 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근본은 공유라고 이야기하고 여객운수 사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완화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추세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택시 사업자들은 울분을 토해낸다. 급기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기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했고, 지금도 저속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공유경제는 소유보다 이용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 따라서 사회의 남는 자원을 이용하면 자원의 낭비를 방지하면서 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의 추구가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승차 공유 사업자들이 내세우는 건 바로 이런 가치다. 새로운 기술과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 여객운송 부문에서 효율성을 추구하자는 얘기다. 또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과연 카풀 사업자들이 말하는 일자리가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할 수 있을까. 그냥 아르바이트나 부업 정도로 생각하고 카풀 운전자를 신청했거나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일자리다.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의미에서 카풀 앱(애플리케이션) 사업자들의 논리가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시장의 구조다. 카풀이 활성화되면 안 그래도 택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인데 택시 승객은 더 줄어들게 된다. 근로자 처우는 더욱 열악해지면서 그들의 일자리, 그것도 정규직 일자리는 파괴된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가 정규직 일자리를 구축하는 현상이 진정한 일자리 창출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사회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효율성만이 아니다. 공정성이라는 가치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카풀 사업은 바로 공정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우선, 택시 기사를 하려면 택시 면허 시험을 봐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한다. 택시 사업자 면허를 가지려면 일정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온갖 규제가 가해진다. 택시 기사는 승차 거부를 해서는 안 되며, 합승을 하면 더더욱 안 된다. 서울시의 이야기지만 그들의 동선과 운행 정보는 실시간으로 파악된다. 택시 요금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관련 법에는 신고제로 규정되어 있지만, 택시 요금을 단순 신고제로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없다. 더구나 최근 4~5년간 택시 요금은 제자리다. 그러나 카풀 사업자에게는 이런 규제도 없다. 카풀 운전자를 마음대로 모집한다. 카풀 운전자에 대한 규제도 없고, 요금을 어떻게 정하는지는 사업자만 알 뿐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둘째로,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사업성 공유경제는 부의 분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기존에 100이라는 몫을 가지고 10명이 10이라는 이윤을 나누어 가지는 경제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시장의 파이 100이 동일하다고 가정해보면,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사업성 공유경제는 100을 10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정보통신기술 기업에 몫을 나누어주고 10보다 훨씬 적은 이윤을 가지고 가는 구조다. 결국 정보통신기술 기업은 수수료 덕분에 기존 사업자보다 훨씬 많은 몫을 갖게 되며 부의 분배구조는 공평한 분배구조와 거리가 멀어진다. 카풀 앱 플랫폼 사업자와 택시 사업자가 마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규제를 받고 있으면서 불공평한 배분을 받는 택시 사업자들은 이를 불공정한 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셋째로, 정보통신기술 앱 플랫폼은 승객이라는 수요자와 차량이라는 공급자를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그런데 현재의 카풀은 정보통신기술 앱 플랫폼 사업자가 승객을 자가용 승용차에만 연결하려고 한다. 생각을 넓혀보면 앱 플랫폼 사업자는 승객을 택시하고도 연결해줄 수 있다. 그러면 택시 풀이라고도, 또는 합승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앱 플랫폼에 의한 합승은 과거의 합승이라고 볼 수 없음에도 불법이다. 기술 여건이 변했는데도 자가용 승용차에 의한 합승, 즉 카풀은 괜찮고 택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 더구나 택시가 과잉공급이라며 감차를 추진할 정도로 유휴 택시가 많은데도 말이다.

택시를 사양산업이라고 흔히 말한다.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데에는 이해 당사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택시 사업자는 수요 창출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근로자(기사)도 승객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실패했다. 그러나 사업자도 새로운 수요 창출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근로자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 갖춰진다면 택시는 절대 사양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간 8조원대의 산업이 한순간에 사양산업이 될 수는 없다.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적 특성,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정부의 역할이다. 규제와 제도를 책임지는 정부가 카풀 업계와 택시 업계를 서로 다른 규제 잣대로 재단한다면, 사회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공정성은 그만큼 훼손될 수밖에 없으며, 카풀 업계와 택시 업계 간의 마찰은 결코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택시에도 이롭다 / 이태희

이태희 벅시(BUXI) 대표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의 갈등이 이달로 1년을 맞았다. 제대로 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정부와 택시 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카풀 허용 범위에 대해 택시 업계와 정부(국토교통부)의 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택시 업계는 ‘하루 횟수를 2차례로 제한하고, 재직증명서를 통해 기사 신분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고, 국토부는 ‘카풀을 합법화하는 대신 횟수를 제한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 직접 관리감독 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 시점(7월22일)에 “공유경제를 육성하고 규제개혁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쯤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 현장을 찾는 행사의 일환으로 모빌리티 업체를 방문할 것이란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그 이후 모든 논의는 중단됐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서로 다른 시각, 특히 공유경제와 승차 공유 문제에 대한 갈등이 원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유가 어찌 됐든 지금 남은 것은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의 갈등뿐이다.

자본주의 발전은 기업의 성장을 전제로 한다. 기업의 성장은 기술혁신이 바탕이 된다. 기술혁신으로 늘 이익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쪽이 발생한다. 그 결과 사회 갈등이 발생한다. 기술혁신과 국가 융성을 같이 이루는 나라는 정부와 정치가 그런 사회적 갈등을 잘 해결하는 나라다.

택시 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스마트폰 기반 교통플랫폼(이하 플랫폼)에서 카풀이 활성화되면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줄어들고, 가뜩이나 힘든 택시 업계는 망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한다. 그러나 카풀에 대한 정부 논의와 사회적 합의는 전업화 방지로 잡혀가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대로 제한적인 자가용 카풀이 이뤄진다고 택시는 망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에는 택시의 공급보다 타려는 수요가 많으니, 카풀이 그 모자란 공급을 대체하는 방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택시는 지금 이대로 내버려두면 더 어려워진다. 법인택시를 운영하는 회사 대표들을 만나 대화해보면 “변화가 필요한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택시가 살려면 더 많은 택시 상품을 제공하고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 업계와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택시를 타서 기사들과 이야기해보면 “카카오택시 덕분에 소득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발간한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카카오택시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은 2015년에 월평균 41만원이었지만, 2016년 64만원, 지난해 81만원, 그리고 올해 1~8월 기준 96만원으로 늘어났다. 이게 플랫폼의 긍정적 효과다.

지금 한국에서는 ‘일자리 지키기’란 명분을 내세워 기술혁신의 도입을 막는 ‘디지털 쇄국’이 이뤄지고 있다. 카풀을 반대하는 이들은 ‘카풀이 혁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맞다. 카풀은 혁신이 아니다. 카풀은 전체 혁신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혁신은 플랫폼을 통해 전체 교통산업의 경쟁력이 발전하는 것이다. 혁신은 택시도 살고, 한국 모빌리티 산업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데 있다. 또한 플랫폼을 비판하는 논리 중에 부업형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만 만드는 방향이란 주장도 있다. 기사가 운전해주는 렌터카 방식에 기반한 ‘벅시’(BUXI)나 ‘타다’ 등의 모델을 이용하면 월 3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플랫폼에서 더 다양한 택시 상품, 렌터카 상품이 만들어지면 운전기사들의 일자리 질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지금 택시는 월 150만원 수준의 가장 열악한 일자리다. 그 수익을 두배, 세배로 올릴 방안이 필요하다. 2016년 기준 한국의 택시 시장은 8조원 규모다. 이 시장을 30조원, 40조원 규모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해법이 나온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지지한다. 사람이 먼저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혁신을 일으키고, 혁신의 이익을 혁신의 결과로 피해를 보는 이들과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플랫폼 경제를 두고 이 정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이익을 독점한다’는 지적을 한다. 그 결과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들어올 수 없게 막고 있다. 이런 상황이 ‘쇄국’이다. 한국 사회가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기업은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서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정부와 정치는 그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지난 1년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었다”며 “함께 잘 살기 위한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추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대로, 혁신(적으로) 성장하고, 공정(하게 그 이익을 나누는) 경제를 실현해가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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