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2 18:55
수정 : 2005.12.12 18:55
왜냐면
이제라도 건축물의 구조안전에서 현행 건축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를 올바르게 시행할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건축물의 내진설계 조작사건으로 전 열도가 떠들썩하다. 일본의 한 건축설계소가 건물의 시공비용을 낮추려고 지난 6년 동안 아파트·호텔의 내진강도를 설계 기준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도록 적용해 설계하고, 이를 속이기 위해 설계 근거인 구조계산서를 위조한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건물 해체’라는 결단의 칼을 뽑았다. 내진 설계가 위조된 건물들은 현재 작업 중인 곳뿐 아니라 이미 입주가 끝난 건물이라 하더라도 모두 해체하도록 한 것이다. 그야말로 부실 건물은 일본 땅에는 절대 세워질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일본 열도를 뒤흔든 이번 내진설계 파문을 지켜보면서 ‘과연 우리나라는 어떤가?’ 견줘 보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와 유사한 사건은 우리나라 현행 건축법 관련 제도 및 관행으로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정답이다. 그 이유를 들자면, 건물이 물리적으로 지진·태풍 등의 거대한 재앙을 예측하고,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안전한 건축물을 설계 또는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조물의 안전에 대해 고도의 전문지식을 습득한 건축구조 기술사가 감리 및 설계를 해야 하지만, 현행 법에는 이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어 건축사도 구조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얼핏 보면, 모두 건축 분야 전문가들이어서 ‘문제될 게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살펴보자. 건축가는 건축물을 어떻게 아름답게 설계할 것인지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건축물의 구조 안전에 대해서는 비전문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아직까지 내진 설계 결과를 통해 지진 하중에 대해 안전하도록 설계된 부재에 대해서도 시공비 절감을 목적으로 물량 감소를 요구하는 사례도 공공연히 벌어지는 상황에서 계약관계상 절대 우위에 있는 상대방의 의견을 소홀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관행상 이미 완성된 건축물을 전문가가 설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체할 수 있는가? 아마 아니라고 답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올해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10돌이다. 10년 전의 사고는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그러나 아직도 근본적인 안전에 대한 축이 바뀌질 않고 있다. 일본처럼 문제가 되는 건물을 모두 해체하는 결단을 내리지는 못하더라도, 건축물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시스템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라도 건축물의 구조안전에서 현행 건축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를 올바르게 시행할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동헌/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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