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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2 18:53 수정 : 2005.12.12 18:53

왜냐면

교과 수업시수가 줄면 사범대학의 입학정원과 교수의 정원이 감축될 수 있다. 국·영·수 주요 교과에 편중되어 있는 교육부 관료들 역시 입지가 좁아진다. 결국 그들은 합심하여 현행 교과 수업시수를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주5일제 수업에 대비한 국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11월29일)를 연 데 이어 관련분야의 교육과정심의회를 잇따라 열어 총론시안을 확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학부모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주5일제 수업 중 월 2회를 쉬는 2006년에 주당 1시수를 학교장 자율로 줄이기로 했고, 전면 도입할 예정인 2007년에는 최종적으로 2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그게 전부다. 지난 2년간 엄청난 인력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얻은 결과다. 결국 교육부는 지금의 교과시수를 1시간도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7차 교육과정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장점으로 평가되었던 창의적 재량활동과 선택교과 시간만 날아가게 생겼다. 재량활동을 통해 겨우 해오던 성교육이며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은 사라지게 될 판국이다.

이는 애초 예견된 일이었다. 새 교육과정 개정 공청회에서 합의된 원칙, 즉 ‘수업시수의 총량을 감축한다’와 ‘현재의 교과시업시수를 유지한다’는 상반된 선언은 참으로 학부모들을 우롱하는 것이었다. 현재의 과중한 교과시수를 줄이지 않고 어떻게 수업시수 총량을 감축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모순은 좀 생소하겠지만 ‘교과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국민의 요구는 명징하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한 입시과목을 줄이라는 것이다. 교직3단체와 참교육학부모회의 요구도 초중고 모두 주당 수업시수를 4시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구를 책임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조차 주당 4시수 이상을 줄이지 않고는 과도한 학습량을 해결할 길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주5일제 수업을 하면서 국영수를 4, 5시간씩 배우는 것은 무리다. 그동안 시범학교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지금의 국영수 시수를 유지하면서 토요일 수업을 평일로 당겨 7교시를 해야 하는 부담이다. 학교 현장은 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다한 수업시수는 학생들에게 살인적이다. 중학교 1학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연간수업시수 1156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연간수업시수 평균치인 908시간에 비해 무려 135%에 이른다. 우리가 평균치에 겨우 근접하려면 현행 34시간의 주당수업시수를 최소한 25~28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2시간 갖고는 어림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상식적인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대학 교수들과 교육부 교과편수를 맡은 교육전문직들의 ‘밥그릇’ 때문이다.

교과수업시수가 줄면 사범대학의 입학정원과 교수의 정원이 감축될 수 있다. 주요 교과에 편중되어 있는 교육부의 관료들 역시 입지가 좁아진다. 장학사직을 내놓고 학교로 돌아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결국 그들은 합심하여 현행 교과수업시수를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일부 입시교과 교사대표들은 수업시수 감축이 곧 교사의 구조조정이라는 위기의식을 불쌍한 교사대중에게 유포시키고 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업시수를 줄인다고 해서 현재의 교사들이 감축되지는 않는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표준수업시수 법제화에 따른 교원 법정정원을 충족하는 선에서 현직교사들의 정원은 보장될 수 있다.


대학 교수는 감원에 대한 불안감으로 교육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각종 교과서 편찬 작업에 참여하면서 대학교수와 교육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 교과의 교사대표들은 그들과 한마음으로 현행 수업시수를 지키는 수구집단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12월6일 교육부에서 열린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중학교)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교과 수업시수를 주당 4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교육부에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처럼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현재 국회에서 입법 중인 보건교과 개설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했다. 기존의 입시과목을 줄이고 집중이수제와 재량시간을 활용해 학년당 1시간씩 보건교과를 도입하려는 국민적 마인드야말로 입시과목 일색인 ‘관료주의 교육과정’을 주5일제 수업 시대의 ‘새웰빙 교육과정’으로 전환하는 핵심임을, 그 변화의 목마름을 정작 교육관료들은 알고나 있을까?

김대유/서문여중 교사·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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