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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2 18:34 수정 : 2018.10.23 23:23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

한국 대학원은 이미 위기다. 서울공대는 정원 미달이고, 자연대 경쟁률은 0.58 대 1이다. 그 많던 대학원 지원자들은 이제 의사, 변리사, 공무원, 대기업, 로스쿨을 준비한다. 2018년의 대학생은 그 부모 세대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더 안정적인 일자리에 안착하는 것이, 현재 한국 대학생이 갈구하는 최대 목표다. 학문 따위, 사치다. 지방대 대학원은 외국인 학생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이제 서울대 차례다.

더 좋은 일자리가 꿈이라면, 대학원은 시간 낭비다. 거추장스러운 학위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학계도 비정규직투성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박사 학위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년에서 10년이다. 대학원을 마쳐도 연봉은 제자리다. 그러니 답은 간단하다. 높은 연봉과 안정적 일자리가 목표라면, 대학원은 미친 짓이다. 그래도 굳이 진학해 학문에 정진하려면, 현실적 조언을 듣는 게 좋다. 물론 아래 전략도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첫째, 몇년이 더 걸리더라도 학위는 외국에서 따라. 외국어라고 해봐야, 결국은 영어다. 어차피 어디서건, 영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중국도 괜찮다. 하지만 학위는 무조건 외국에서 받아라. 필자는 우연히 한국에서 학위를 받고 외국에서 교수가 됐지만, 거기서 오는 한계도 뼈저리게 경험 중이다. 서양 사회에도 학벌은 있고, 좋은 대학 박사 학위자들끼리의 커넥션도 있다. 그 ‘인싸’(인사이드)에 못 들면, 성공은 없다. 서울대 교수 대부분이 외국 박사인 건 우연이 아니다.

둘째, 박사 후 연구원 과정에 들어갈 땐, 무조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 밑으로 가라. 그 교수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당신과 친해지려는, 그런 사람 밑으로 가라. 그러지 못할 바엔, 이 단계에서 시선을 낮추고 미리 취업을 하는 게 낫다. 학계는 이미 마피아다. 지도 교수 이름값이 없으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없다. 억울해도 현실은 잔인하다.

셋째, 박사 후 연수를 길게 끌지 마라. 만약 5년 안에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 포기하라. 가족에게 민폐다. 학위에 올인하는 건 잘못된 투자 방식이다. 게다가 학계는 이미 양극화로 피라미드형 구조가 됐다. 나아질 기미도 없다. 학문에서 보람을 찾으라는 선배를 멀리하라. 그는 나이브하거나, 이미 성공했거나, 당신 같은 이를 피라미드 아래로 밀어넣어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순진한 얼굴로 학문을 설파하는 모든 이를 경멸하라. 그들의 시대에만 가능했던 일로 꼰대질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중년이 된 교수들을 존경할 필요 없다.

넷째, 지도 교수와 잘 지내라. 더러워도 기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살라는 뜻이다. 외국에서 일자리를 잡으려면 추천서가 필수다. 그 추천서를 지도 교수가 써주지 않으면 어디에도 취업할 수 없다. 연구자가 될 요량이면, 연구로만 지도 교수와 대면하라. 쓸데없는 개인적 친분은 필요악이다. 대학은 잘나가는 교수를 인성으로 뽑지 않는다. 교수의 인성에 기대하지 마라. 단, 그들의 폭력까지 참지는 마라.

마지막 조언은, 돈 되는 분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이미 돈 안 되는 분야에 있다면, 돈이 되는 것처럼 포장하는 방법을 익혀라. 기초 학문엔 투자가 없다. 연구비 없는 교수는 끝이다. 당당하게 안 걸리고 사기 치는 법을 배워라.

대학원에 가라.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고 가라. 꿈과 학문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아니다. 꿈을 이야기하는 어른을 믿지 마라. 그들은 우리를 이용할 뿐이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삶을 살아라.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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