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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01 17:43 수정 : 2018.10.01 19:35

최순자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장·전 사이타마대학교 유아교육과 재외연구원

개편 예정인 보육정책은 보육의 본질을 벗어났다. 정부는 보육교사 약 5만2천명(연구팀 제시)을 새로 채용해 보호자가 원할 경우 늦은 오후나 밤 10시까지 영유아를 어린이집에서 돌보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지금도 오후반 또는 24시 보육 등이 있으나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보육의 본질을 벗어났다.

보육의 본질은 인간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영유아 발달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다. 그러나 확대 적용하겠다는 보육정책은 보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영유아의 발달이 빠져 있다. 전담교사 교육을 통해 보육서비스 제공 역량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영유아들이 오후 늦게 또는 밤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남기를 원할까? 그렇게 남았을 때 영유아의 발달은 어떻게 될까?

졸저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이 있다. 이 책의 추천의 글을 써준 분 중 한분은 정신의학과 의사로 잘 알려진, 전 강북삼성병원장 이시형 박사(현 세라토닌문화원장)이다. 그는 영유아기가 한 인간의 평생을 좌우한다며 특별히 ‘평생’이라는 단어를 꼭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정신의학과 의사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영유아기에 있다는 의미에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본에서 7년 동안 발달임상과 유아심리를 공부했다. 유학 중 30여곳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교육·보육 실습을 했다. 그때 어느 유치원의 입학조건을 잊을 수 없다. 그 유치원에 보내려면 반드시 보호자가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인간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영유아기를 유치원에만 맡겨서는 건강한 발달을 보장할 수 없으니 유치원과 가정이 연계하여 같이 잘 키우자는 것이었다.

부모의 육아 부담도 이해한다. 영유아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 뭔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요구한다. 아이는 자기 발달을 위해서지만 양육자는 힘들기도 하다. 힘들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아이는 과연 누구의 사랑을 가장 받고 싶겠는가. 답은 명확하다. 우리가 어린 시절 그랬듯 부모다. 발달에 또래와 상호작용이 필요하니 일정 시간 숙련된 교사와 함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은 부모와 지내도록 하는 보육정책이 나와야 한다. 영국의 육아 전문가 에마 제너는 “아이에게 최고의 선물은 부모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보육정책은 각 부처가 함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영유아를 둔 보호자에게는 육아휴직 확대와 더불어 육아도 경력으로 넣고, 육아휴직 시 급여도 충분하게 주어야 한다. 정부는 육아휴직 후 부담 없이 복직이 가능한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영유아 육아 중에는 어린이집 보육서비스뿐 아니라 일본처럼 집 가까이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양육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녀양육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유치원만큼은 아니라도 영유아의 입장에서 보육정책을 세워야 한다. 인간의 기초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면 아이는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부모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유시버클리대 심리학과 앨리슨 고프닉 교수는 “양육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나는 가장 가치로운 일이라고도 덧붙이고 싶다.

인간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치면 개인뿐 아니라 가정, 사회, 국가, 인류 차원에서도 커다란 손실이다. 아이들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부는 어른들 관점이나 정치공학적인 접근이 아닌 대의에 입각해 우리 사회의 미래인 영유아 발달을 가장 중심에 놓은 보육정책을 시행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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