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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7 18:14 수정 : 2018.09.17 19:31

안종주
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

지난 4일 오후 2시께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관계기관 합동 감식 결과 이산화탄소 보관통과 연결된 밸브 1개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손돼 이산화탄소가 마구 새어나와 사고가 일어났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즉각 신고하게 되어 있음에도 삼성전자 쪽은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의 재해 상황 확인 요청에도 무시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그 어떤 이유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하무인식 태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겨레> 보도(9월12일치)를 보면 사고 직후 이 소식을 다른 경로로 전해 들은 경기도 재난안전본부가 삼성전자에 먼저 연락해 사고 확인 요청을 하자 삼성전자는 “상황이 종료되었다. (소방서) 필요 없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겠다”는 등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이런 ‘배짱’은 대한민국 어느 대기업도 감히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주변 병원에 일일이 물어 사고 발생 2시간47분 만인 오후 4시46분께야 사고를 당한 이들이 동탄한림대병원에 이송된 사실을 겨우 확인했다고 한다.

정말로 ‘웃픈’ 현실이다. 사고 조사 결과 삼성은 늑장 신고는 물론이고 119센터에 연락해 소방구급차를 부르면 더 빨리 이송할 수 있음에도 이를 내팽개치고 사고가 난 지 21분 뒤에야 자체 구급차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바람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

거의 모든 국민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삼성전자에서 일한 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치명적 직업병에 걸렸다. 그러고도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이를 인정하거나 제대로 된 보상을 하는 데 성의를 보이지 않아왔다. 이 때문에 적어도 산재예방과 배상 등 사후처리에 관한 한 삼성전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많다. 2007년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스물셋의 황유미씨가 숨진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백명의 직업병 사상자가 나왔음에도 11년이 지나도록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한 것이 그 방증이다.

오래 버티기 끝에 삼성전자백혈병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삼성전자 쪽이 토를 달지 않고 수용하기로 했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피해 인정과 배상에 참으로 인색하고 더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돈을 버는 일이었다면 이렇게 늑장을 부리거나 무성의하지 않았을 터이다. 삼성전자는 백혈병 집단발생 참사 와중에도 불산 누출 사고 등 반도체 공장을 비롯한 계열 공장에서 크고 작은 산재 사고와 직업병 환자 발생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산재·직업병 ‘어글리’ 기업이란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백혈병 직업병 대참사를 비롯해 이번의 이산화탄소 누출 중대재해 사고 등 잇따른 재해와 그 무책임한 대응을 이 기업이 지닌 고질병적인 문화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위에서 정부를 갖고 논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삼성은 기업 권력 이상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역대 어느 정권도 삼성이 저지른 죄에 걸맞은 처벌을 하지 못했다. 입법부와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2013년 1월27일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했던 불산 누출 사고 때도 늑장 신고와 은폐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이산화탄소 누출 중대재해 사고와 그 대응을 보면 삼성전자는 백혈병 참사와 불산 누출 사고가 준 교훈을 깨닫지 못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이번만큼은 철저한 조사로 잘못을 낱낱이 밝혀내 그에 걸맞은 처벌을 해야 한다. 이것만이 사고 재발을 막고 삼성을 조금이라도 정신 차리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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