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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7 18:14 수정 : 2018.09.18 09:18

백범흠
프랑크푸르트 총영사·정치학 박사

동아시아 질서가 요동칠 때마다 한반도는 태풍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당의 중국 통일, 몽골의 흥기와 쇠퇴, 일본 전국시대 종식, 만주족의 굴기 등 동아시아에 파도가 칠 때 한반도는 늘 그 파도에 휩쓸렸다. 이런 경향은 근현대 들어 더 심해졌다. 19세기 일본의 굴기는 2차례(청일전쟁, 러일전쟁)나 한반도를 전쟁의 참화 속으로 몰아넣었으며, 한반도는 끝내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간 내전은 한반도에까지 파급되어 6·25 전쟁과 한반도 분단 고착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동아시아 질서가 요동칠 때마다 한반도가 큰 피해를 본 것은 한반도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경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과 초고속 성장, 동아시아 냉전체제 해체 이후 동아시아 질서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가 1988년 7월7일 ‘민족자존과 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 선언)을 발표한 것은 우리 민족 보호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우리 정부는 7·7 선언에서 ‘더 이상 북한을 적대 상대로 보지 않으며, 남북 협력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7·7 선언은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로 추동력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7 선언은 줄곧 분단 문제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민족 자체 해결)으로 작용해 왔다. 북핵 문제는 강고했던 동아시아 냉전질서가 약화되면서 시작됐다. 북핵 문제는 북한 문제인 동시에 분단된 한반도 문제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 사이에 안정적 평화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는, 특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기 정상회담 등 다양한 레벨에서 북한과 대화했다. 2010년대 들어 미-중 간 경쟁과 대립이 심화되면서 동아시아 질서 변화의 폭과 강도는, 한반도 현상유지(status quo)가 지속될 경우 남북 모두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졌다.

9월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될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인 북핵 문제 해결과 철도·도로 연결을 비롯한 한반도 경제공동체 창설 관련 구체 논의 등 가시적 성과가 꼭 나와야만 하는 이유이다.

대륙세력 소련과 해양세력 미국 사이에 낀 서독 역시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70~80년대 소련을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INF) 서독 배치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서독은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 등 강국은 물론 동독의 마음을 얻는 데 외교력을 집중했다.

1969년 집권한 진보 사민당(SPD) 출신 빌리 브란트 총리 이후 서독 외교는 진보·보수 관계없이 ‘독일민족주의’라는 일관성을 갖고 있었다. 동·서독은 1972년 ‘동독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동·서독 간 교류를 확대해 나가자’는 내용의 기본조약을 체결했다. 이후 동·서독 간 교류는 크게 확대되어 상주 대표부 개설과 동·서독 경계협정 체결 등 많은 성과를 냈다. 정상회담과 각료회담 개최, 정당 간 교류 역시 확대되었다.

1982년 사민당으로부터 정권을 인수한 보수 기민당(CDU) 출신 헬무트 콜 총리는 동독에 대한 경제지원이 동독 정권의 안정을 가져와 독일 통일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강경보수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동독에 대한 지원을 계속했다. 동·서독 간 경제협력 증대는 단기적으로는 동독 정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독에 유리한 방향의 동·서독 간 상호의존 강화로 이어졌다. 게르만 경제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기반이 구축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로, 남북 교류 확대는 상호의존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운전자에서 나아가 한반도 미래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바로 한반도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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