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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7 18:12 수정 : 2018.09.18 15:28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환경생태계획 전공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책이 공개되면서 개발제한구역의 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30만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 개발제한구역의 토지 소유자와 개발사업자, 부동산 중개업자, 지역 정치가들의 감춰두었던 개발 욕구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내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주택량의 부족이 아니라 합리적이지 못한 주택 소유와 분배로 생긴 문제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여 주택을 건설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개발만 부추기는 잘못된 사례가 될 것이며, 과거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 당시 도시계획법으로 도시팽창 억제, 환경보존, 대도시 공해 악화 방지, 난개발 방지, 안전시설 보호 등과 토지투기 억제를 목적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14개 도시권 5397㎢(전 국토 면적의 5.4%)를 지정하였다.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 일본의 근교지대와 시가화조정구역, 독일의 그륀귀르텔 등이 아직도 엄격하게 관리하여 처음 지정한 상태를 유지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은 정권의 목적에 따라 그 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까지 전체 면적 781㎢(그린벨트 전체 면적의 14.5%)를 해제하였고, 노무현 정부는 2005년부터 국민임대주택 건립 등을 목적으로 서울시 내 약 3.47㎢를 해제하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지구 건설을 목적으로 약 5.0㎢를 해제하였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주로 서울지역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주택 문제와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두번 모두 주택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 결과 도시 외곽의 교통문제가 생겼고, 부동산 투기에 의한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었으며, 도시환경 악화 등의 문제만 발생시켰다. 그동안 경험은 부동산 가격 상승 해결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 입증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도시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 등을 생각하면 개발제한구역의 기능은 더욱 강조되고 중요성이 인정된다. 개발제한구역은 미세먼지, 폭염, 집중호우에 의한 도시 홍수 등의 문제 해결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또한 도시민들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휴양공간의 역할을 함과 아울러 도시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생물서식 기반이기도 하다.

이렇게 개발제한구역은 개발을 제한하는 구역이 아니라 도시 환경과 생태, 안전을 지키는 장치라 할 수 있다. 최근 도시학자, 도시계획가들이 개발제한구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을 제안한 것처럼, 개발제한구역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보전벨트, 친환경을 유지하는 환경벨트, 공공적 시민정신을 공유하는 소통벨트다. 이런 기능을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개발제한구역은 환경적으로 안전한 도시 삶의 질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미래세대의 삶과 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세대 간 또 다른 갑질이며, 환경에 대한 적폐이다. 개발제한구역 개발이라는 허무맹랑한 개발 광풍을 부추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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