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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8 21:42 수정 : 2005.12.08 22:20

[왜냐면] 김형태/변호사

이번 일은 연구성과에 대한 과학적 논란에서 시작되었지만 오히려 그보다 언론의 역할과 국익, 인터넷 여론의 문제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황우석 교수 일로 언론과 누리꾼들이 연일 바쁘다. 환자 체세포에서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는지 등 문제의 본질은 제쳐둔 채 취재과정이나 국익 등만을 문제삼아 온나라가 저렇게 들썩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황 교수와 피디수첩 양쪽의 부탁으로 이번 1차 검증절차를 지켜본 일이 있다. 양쪽과는 황 교수 연구를 돕는 정부 출연기관인 바이오장기사업단 이사이자 문화방송 방문진 이사로서의 인연도 있었다. 피디수첩의 문제 제기는 대충 이렇다.

첫째, 논문제출 과정에서 섀튼 교수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장 등 공동연구자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그 누구도 줄기세포 자체를 가지고 직접 체세포와 비교한 사람은 없다. <사이언스>도 보내온 사진과 데이터만을 보았을 뿐 줄기세포를 가지고 체세포와 비교한 적은 없다. 직접 줄기세포로 체세포와 비교하고 사진찍은 이는 미즈메디병원 김아무개 연구원과 서울대 수의대 몇몇 교수들뿐이다. 둘째, 김아무개 연구원은 진실을 말하면 검찰수사 대상에서 빠지도록 제보자 보호를 하겠다는 피디수첩의 제의를 받은 뒤 ‘지시를 받고 사진 2장을 10장으로 불렸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해서 부담을 느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셋째, 김 연구원의 이런 최초 진술내용과 부합되게 <사이언스>에서 출판한 논문에도 중복된 사진들이 들어 있다. 넷째, 줄기세포 11개는 엄청난 재산가치가 있으므로 국익을 위해서라도 외국의 다른 연구자들이 선점하지 못하게 즉시 특허등록을 해야 하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 등록을 하려면 줄기세포 실물을 제출해야 한다. 다섯째, 양쪽이 합의한 테스트 결과 2, 4번 줄기세포가 논문 및 환자 체세포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등등 ….

과연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만들어졌는지는 연구실에서 무한정 자라고 있는 줄기세포를 조금만 떼어내 환자 체세포와 비교해 보면 금방 결론이 난다. 날짜도 2, 3일이면 되고 그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무슨 심오한 이론이 필요없는 절차다. 이미 한번 테스트가 되었고 거기서 최소한의 문제가 드러났다. 테스트 방법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일었지만 그렇다면 권위있는 기관에서 검증해 보면 된다. <피디수첩>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그 절차를 담당하면 더욱 믿을 만할 터이다. 학자적 자존심을 고려하기에는 이미 일이 너무 커졌다. 피츠버그대학과 <네이처>에서까지 재검증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우리의 일을 우리 손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검증결과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에 소속된 과학계는 물론 정부, 국민 모두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금이 갈까 걱정된다.

황 교수와 문화방송은 둘 다 어느 한쪽도 망가져서는 안 되는 우리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검증을 통해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일치를 확인하면 <피디수첩>은 그간에 제기된 문제에 대한 취재과정과 검증결과까지 포함한 방송을 하면 되고, 국민은 예의 ‘대한민국’을 외치면 될 일이다.

이번 일은 연구성과에 대한 과학적 논란에서 시작되었지만 오히려 그보다 언론의 역할과 국익, 인터넷 여론의 문제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문화방송이 취재윤리를 이유로 그간 취재해 온 수많은 정보들을 그대로 사장시킨 채 아예 ‘피디수첩’ 프로그램마저 중단시킨 일은 과연 온당한 일인지, 국민의 알 권리 충족, 그리고 과학계를 포함한 사회 모든 분야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구실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정치권력이나 자본의 억압, 회유보다 더 무서운 ‘국익’이나 여론의 압력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대통령이 언론이나 국민들에게 이제 그만 문제를 덮자고 권유할 수 있는 것인지.

부디 국가기관에서 신속히 검증을 하여 불필요한 논란을 끝내고 황 박사의 연구 업적이 한점 의혹 없이 증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형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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