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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8 21:40 수정 : 2005.12.08 22:21

[왜냐면] 김욱/ 단국대 교수·인류유전학

줄기세포 연구에 더욱 전문적이며 윤리적인 연구 시스템을 확립하는 재점검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전화위복’이란 말은 중국 전국시대의 소진이라는 사람이 “일을 잘 처리했던 사람은 화를 복이 되게 했고, 실패한 것을 바꾸어 공이 되게 했다”라고 말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최근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황우석 교수 연구진의 복제배아 줄기세포 실험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노출한 비합리적 디엔에이(DNA) 검증 시도와 취재윤리 위반 등 혼란을 우리 사회에 긍정적이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전화위복은 이에 적절한 고사성어가 아닐까 싶다.

복제배아 줄기세포 실험은 난자 제공과 세포 조작, 배양 실험을 거쳐 결국에는 환자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기에 고통 받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비윤리적이며 비자연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에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피디수첩팀이 제기한 난자 제공 과정에 일부 비윤리적인 면이 있다는 지적은 생명윤리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현장 연구자들이 좀더 투명하고 더욱 국제적인 규정에 맞는 실험에 나서도록 자극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소모적 논쟁만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황 교수 연구진의 논문과 줄기세포라인의 진위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연구원들에게 인터뷰 의도를 속이고 강압적으로 취재한 피디수첩팀의 비윤리적 행위는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짐으로써 취재 내용이 무엇이었든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피디수첩팀은 줄기세포라인의 진위를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는 기관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실 확인을 위해 디엔에이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전문 학술단체를 통해 국제 수준의 법유전학적, 법의학적 전문성과 학술실적을 갖춘 2곳 이상의 국내 검사기관을 추천받아 근본적 검사를 하는 것이 신뢰도를 높일 접근법이었을 것이다. 난자 핵을 제거한 뒤, 다른 환자의 핵을 이식해 확립한 줄기세포라인이라면 환자에서 추출한 핵 디엔에이 프로필과 줄기세포라인의 핵 디엔에이 프로필이 일치해야 한다. 또한 줄기세포라인의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는 핵을 제공한 환자의 것이 아니라 난자를 제공한 여성의 난자 세포질에 있던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따라서 줄기세포라인이 성공적으로 확립됐는지를 알려면 줄기세포와 환자의 핵 디엔에이 프로필의 대조실험은 물론, 난자 제공자의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 프로필과도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와 함께 황 교수 연구진이 줄기세포라인의 디엔에이 검사를 외부 기관에 의뢰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국제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황 교수 연구진의 연구 환경에도 보완해야 할 점이 있어 보인다. 이는 확립된 줄기세포라인이 계대 배양되는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세포라인의 유전적 변화(예컨대 염색체나 디엔에이 돌연변이)의 유무를 세대별 핵형 분석이나 디엔에이 검사를 통해 모니터링함으로써 건강한 세포라인이 유지되는지를 검증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본적인 실험이 자체 연구(또는 공동연구)에 의해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실험이 초기단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면 피디수첩팀이 제기한 의문은 자체 디엔에이 프로필 자료로도 간단히 풀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이번 사태가 합리적이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정리되길 바란다. 줄기세포 연구에 더욱 전문적이며 윤리적인 연구 시스템을 확립하는 재점검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황 교수 연구진의 줄기세포연구가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열망으로 이어지고, 피디수첩팀을 비롯한 언론매체들은 합리적 비판자로서 화를 복이 되게 하고 실패를 성공으로 이끄는 구실을 했으면 한다.

김욱/단국대 교수·인류유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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