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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5 18:29 수정 : 2018.09.05 19:25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올여름의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 대책의 일환으로, 구미 선진국은 이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내외까지 높이고 있다. 2016년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28%인 반면, 우리나라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과 함께 원자력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신에너지정책을 발표하였다. 세계 10위권 무역 대국인 대한민국이 늦게나마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점은 향후 대두될 무역장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단순히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원의 용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전력망의 확충, 에너지저장장치의 활용, 전력계통운영시스템의 고도화, 법 제도의 정비, 에너지믹스 조정 등 기존 에너지 공급 시스템의 혁신적 변화를 요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국가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현재 전력 당국의 노력으로 재생에너지 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전력망 확충과 운영시스템 고도화, 제도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설치되고 있다.

이러한 제반 준비가 조용히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문제로 거론하는 부분이 원자력발전기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에너지믹스 조정이다. 원자력과 같은 기저전원이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하여야 공급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앞으로는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 원자력과 석탄은 기저전원으로서 구실을 해왔기 때문에 거의 연중 상시 가동되었다. 특히 원자력의 경우 전력거래소 운영시스템과도 연계가 되어 있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원자로는 부하 변동에 따라 출력을 늘리거나 줄이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

앞으로 전력 공급 안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출력 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와 출력 변동이 유연한 발전기의 확보다.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미래에 필요한 발전기는 일정 출력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존 기저발전기들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출력을 자유롭게 증감할 수 있는 수력발전기(양수 포함), 가스발전기와 같은 유연성 전원이다.

아직 재생에너지 출력이 원자력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시점에 이르지 않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8차 수급계획대로 도입되면 2025년 이전부터 그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수요가 적은 봄철 휴일과 같이 수요가 적은 시점에 재생에너지의 출력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우,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에 대처하여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출력 조절이 불가능한 원자력발전기 대신 수력이나 가스와 같은 유연성 전원으로 발전기를 구성하여야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더욱 증가하게 되면 휴일뿐 아니라 수요가 많은 평일에도 원자력과 석탄의 이용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송전망 측면에서도 원자력, 석탄과 같이 대단위 발전단지로 이루어진 전력 공급 시스템은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나 사고로 인한 정전 파급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필요로 하는 우리의 전력 공급 시스템의 변화는 원자력이나 석탄과 같은 경직성 전원의 대형 발전단지 대신에 발전원을 최대한 수요지로 분산하면서 양수발전기와 같은 유연성 전원과 대형 에너지저장장치를 확충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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