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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9 17:54 수정 : 2018.08.29 19:38

조슈아 로젠스와이그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지역 대표

한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범죄자로서 처벌, 구금하고 낙인찍었던 부끄러운 역사의 한페이지를 마침내 마감할 것인가?

6월28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실상 인권으로 인정한 기념비적인 판결이었다. 이미 내려진 처벌과 수감이 위헌이라고 판결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군과 관계없는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법 5조 1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다음 법적 싸움은 대법원에서 열린다. 8월30일 오늘 대법원은 병역 의무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양심이나 종교적 이유도 해당하는지를 두고 공개변론을 개최한다. 현재 1천여명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생이 걸린 모든 재판이 올해 말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계류돼 있다.

국제법과 국제규범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법적 처벌을 비롯한 어떤 종류의 불이익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는 세계인권선언 18조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8조가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에서 비롯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결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공익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면, 이들을 처벌하여 교도소에 수용하고 있는 것보다는 넓은 의미의 안보와 공익 실현에 더 유익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국가와 사회의 통합과 다양성의 수준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가 안보와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한국 사법부의 오랜 입장을 뒤집었다. 판결 이후 국방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오늘날 한국과 같은 규모로 병역거부자를 가두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이 문제로 계속해서 시간을 끄는 데 대한 변명은 있을 수 없다. 대법원은 대체복무의 형태 역시 결정해야 한다. 대법원에서 어떠한 판결이 내려지든 모든 대체복무는 반드시 국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대체복무는 지원자 평가를 포함해 복무의 내용과 관리, 행정 등 모든 면에서 순수하게 민간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 국방부 관리 아래 “비전투 복무” 및 대체복무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복무 기간이 군 복무 기간보다 긴 대체복무와, 성격과 조건상 처벌적, 차별적으로 여겨지는 형태의 대체복무 역시 마찬가지다. 대체복무를 하는 이들이 복지 제도 및 연금 혜택, 교육과 채용에서 차별이나 미래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끝으로, 모든 대체복무는 개개인의 양심적 거부 사유를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단일 형태의 대체복무제는 부적절하다.

한국 정부가 시급히 답해야 할 문제는 이외에도 많다. 현재 수감된 양심적 거부자 100여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2만명에 이르는 양심적 거부자의 전과 기록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양심적 거부자들과 그 가족이 수감으로 인해 잃어버린 3만7천시간(추정치)에 달하는 세월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웃 국가와의 충돌에 따른 정치적 분쟁을 겪은 뒤 2003년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아르메니아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당시 도입된 대체복무제는 진정한 의미에서 군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대체복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양심적 거부자들은 그 뒤로도 10년간 복무를 거부했고, 이들에 대한 처벌과 수감도 계속되었다. 국제 사회의 긴밀한 감시 속에 여러 법적 절차를 거친 뒤에야 정부는 거부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2013년 제도를 개정하였으며 대법원은 거부자들에 대한 판결을 파기했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단번에 제대로 해결할 기회를 맞이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제대로 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끄러운 과거를 뒤로하고 수천명의 청년에게 ‘미래’라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이 한국의 양심적 거부자들에 대한 처벌과 차별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다. 전 세계가 한국의 다음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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