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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7 17:56 수정 : 2018.08.27 18:51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액션 영화 찾아줘. 세번째 틀어줘.” 이렇게 사람이 음성으로 명령하면 음성으로 답변하는 사물인터넷이 우리 가정의 새로운 패턴이 되어가고 있다. 이 광고를 본 한 청각장애인이 친척집에 갔다가 실험을 해보니 자기 목소리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기계이지만 얄미웠다고 했다. 음성서비스에 매력을 느낀 어떤 시각장애인은 당장 티브이(TV)를 바꾸었는데 음성인식을 해도 자기가 원하는 영화가 화면의 몇번째에 있는지를 모르니 선택할 수가 없었다며 인공지능 제품에 크게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이 얘기를 접한 사람들 가운데는 옆에 있는 사람이 도와주면 되지 어떻게 일일이 모든 장애 유형을 배려한 제품을 만드느냐고, 그런 소소한 일까지 복지라는 미명으로 해결해줘야 하느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바로 이런 인식 때문에 장애인은 작은 불편은 참아내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는 이런 소소한 문제 앞에서 더 서글퍼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간의 삶에 편의를 제공하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어 제품화되고 있는데 소소한 불편이라고 방치해두면 인공지능기술 환경에서 장애인의 불편은 더 확대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로 장애인의 생활이 편리해진 것도 있지만 정보소외로 낙오되는 장애인이 생기는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빠른 사회 변화에 장애인이 발맞추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소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장애 유무와 무관하게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inclusive)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장애친화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수요자 설문조사’를 했다. 분석 결과 모든 장애 영역에 걸쳐 주거 및 일상생활, 이동권, 정보 접근성에서 높은 서비스 요구를 보였다. 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이 1순위, 시각장애인은 이동권이 1순위로 나타나 장애 특성에 따른 요구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빛은 소리로, 소리는 빛으로 바꾼다면 시각과 청각장애인이 인공지능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무인점포 키오스크, 가볍게 손가락을 갖다 대야 작동하는 터치패드, 앞으로 확산될 홍체 인식 시스템 등 사회가 발전할수록 장애인들은 새로운 벽에 부딪히게 된다. 장애인이 많이 따라온 것 같은데 또다시 멀어지는 세상이 계속되는 것은 처음부터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하는 기술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최첨단 기술이라는 포용적인 서비스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1990년대 처음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이 의무로 설치되기 시작할 때, 경사로 설치로 외관을 망친다느니, 지하철 역사의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설치는 예산 낭비니 하면서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그 편의시설이 이제는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일반적인 시설이 되었듯, 기술도 장애인을 위해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 예컨대 카카오페이는 시각장애인이 자유롭게 결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개발팀에 시각장애인이 참여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미리 해결해서다.

시각장애인은 생활용품을 구입할 때 홈쇼핑을 많이 이용하는데 그 이유는 제품 설명을 자세히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화 주문을 하면 할인 쿠폰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소소한 일로 마음 상할 때가 많다고 한다. 청각장애인은 사물인터넷이 수화 이모티콘 같은 그림부호로 시작과 끝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냉장고 문이 열렸다거나 전기밥솥의 밥짓기가 완료되었다거나 하는 모든 알림이 소리로 표시되어 청각장애인은 알 길이 없다. 장애인에게 편하면 비장애인에게는 더욱 편하다는 인식을 가진다면 모든 사람들이 아주 다양한 접근성을 가진 제품으로 편안함의 최고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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