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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7 17:56 수정 : 2018.08.28 13:24

송기호
변호사

외국인 국제배상권(ISD)의 득보다 실이 크다. 대표적인 예가 ‘엘리엇’ 사건이다. 엘리엇은 미국계 펀드회사이다. 그런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프티에이)에 있는 외국인 국제배상 청구권을 행사해서, 정부에 약 8500억원을 배상하라고 국제중재를 걸었다. 한-미 에프티에이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직접 국제중재에 금전 배상을 청구하는 조항이 있다. 엘리엇에 맞서 법무부는 이달, 유엔국제무역법위원회에 답변서를 냈다. 법무부는 어떻게 답변했을까?

법무부는 법원 판결문을 인용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박근혜 정부의 위법적인 행위가 있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합병 청탁을 했다는 입증이 없다는 1심 형사재판을 원용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전에 합병이 일단락되었다는 판결문도 함께 덧붙였다(법무부 답변서 24, 25쪽).

모순이다.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은 국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적폐를 기소하면서, 외국에 나가서는 그런 적폐는 없었다는 듯이 주장한다.

지난 24일, 서울고등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할 때,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답변의 한 축이 무너졌다. 특히 고등법원은 국민연금 안에 설치된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안건을 처리한 행위 자체가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지시 때문이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합병 비율도 비합리적이고, 합병 효과 분석도 급조되었으며,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의 합병 찬성 압력 행사가 작용했다고 사실 인정했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낭패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는 에프티에이 외국인 국제배상권 자체다. 법무부가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지 못한 이유는 한국의 대법원조차 외국인 국제배상권 앞에서는 최종적 권위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국제배상권으로 인해 법원이 문제 해결의 최종적 권위를 상실하는 모순은 서울 대흥동 미국인 토지 수용 사건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도시 재개발로 수용된 땅의 소유자 중에 미국인이 있었다. 그는 수용 보상액수가 한-미 에프티에이 규정에 미치지 못하게 적다는 이유로 금전 배상을 국제중재에 요구했다. 이에 맞서 법무부는 한국 법률에 따라 수용을 하고 보상을 했다고 답변했다(답변서 8쪽). 그러나 한국 법률을 잘 지켰다는 것이 승소를 보장하지 않는다. 보상액수가 한-미 에프티에이에서 정한 ‘공정한 시장가격’이냐 아니냐가 승패의 기준이다. 이 사건에서 한국이 패소한다면, 토지 수용 제도의 골격을 바꾸어야 한다.

‘진에어’ 사건도 마찬가지다. 한국 법을 위반한 진에어 면허를 취소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에프티에이 외국인 국제배상권이다. 진에어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이 면허 취소 시 국제중재에 회부하여 손해배상을 요구하겠다는 압박이 가능했다. 한국 법에 따른 조치라고 하더라도 정부가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 보니 정부의 정당한 정책이 위축된다.

더 많은 모순이 발생하기 전에 에프티에이 외국인 국제배상권을 폐지해야 한다. 유엔무역개발회의의 보고서에 의하더라도 국제배상권이 투자를 늘린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득보다 실이 많다. 5조원대의 론스타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고에 너무 큰 압박이다. 법적 안정성을 떨어뜨려 경제를 더 불확실하게 만든다. 위축효과가 크다. 에프티에이 국제배상권을 폐지해야 한다. 엘리엇과 같이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여 돈을 버는 외국인에게 한국 법원이 최종적 권위를 가져야 한다. 제2, 제3의 엘리엇 사건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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