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도시와 도시인들에게 숲이 필요하다 / 김재현 |
김재현 산림청장
아침 출근길 정부대전청사 근처에 다다르면 도심 속 작은 숲을 만날 수 있다. 빌딩들과 붐비는 차량들 사이로 몇발자국 내디디면서 나무의 초록과 새들의 재잘거림, 왠지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공기를 느낄 때면 언뜻 이곳이 어디 깊은 산속이라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조금만 고개를 주위로 돌리면 나무들 사이로 아파트와 건물 빌딩들이 보이는 곳인데도 늘 그런 느낌이 든다.
오늘날에는 우리 주위에서 숲과 가로수 등 도시숲을 많이 볼 수 있다. 2003년 국유지 도시숲 조성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히 숲을 확대한 결과 2015년 우리나라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9.91㎡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1인당 9㎡)을 웃도는 수준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멀리 산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숲의 다양한 기능을 도시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도시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밝혀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PM 10)와 초미세먼지(PM 2.5)로 나뉘며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흡착(수)된다. 나뭇잎 등 식물의 기공으로 이산화탄소가 흡수되고 산소가 배출되는데, 이때 잎 표면에 있는 털에 미세먼지가 흡착·침적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7년 4월부터 5월까지 조사한 결과 도심과 비교하여 도시숲 내의 미세먼지 농도는 25.6%, 초미세먼지는 40.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숲은 생활권의 미세먼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세먼지와 함께 예년 여름철하고 비교하기도 어려울 만큼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폭염은 역사적으로 최악의 무더위였던 1994년 ‘대폭염’의 기록을 넘어섰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6월1일~8월16일)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9.2일로(평년 8.6일, 1994년 27.5일) 역대 1위 기록을 갈아 치웠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올해 온열질환자는 4300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48명이나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숲의 효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여름 한낮의 도시숲은 주변보다 평균기온이 3~7°C 낮고, 평균습도는 9~23% 높여준다. 이는 수목의 기화열에 의한 냉각 효과와 수목의 차양 기능으로 인한 열 차단 효과로 도시숲은 도시 열섬 내에서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습한 냉섬 역할을 해 폭염현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건강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드는 부작용 없는 대안으로 도시숲이 각광받으면서 국민들의 수요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대도시에는 아직까지 도시숲이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도시숲은 저탄소 녹색도시를 위한 그린 인프라이자 녹색복지 실현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므로 도시숲 확대 정책은 앞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다.
산림청은 도심 내 부족한 도시숲을 확대하기 위해 도시재생사업, 노후 산업단지 환경개선사업 등 관계 부처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도시 바람길숲, 미세먼지 차단숲 등 신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 숲이 많아진다면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기후변화 대응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숲과 역세권의 합성어인 ‘숲세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처럼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일, 도심 내 녹지공간인 도시숲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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